돌아온 일상의 달라진 서비스 [기고]
대학의 봄학기가 마무리될 무렵에 매년 열리는 학회의 춘계학술대회가 올해는 다시 오프라인 위주로 개최됐다. 화상으로 만나도 반가웠지만 직접 대면해 악수할 수도 있게 되니 더욱 즐겁고 행복한 만남이 되고 있다. 예년에 비해 학술대회 참가자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며 풍광 좋은 명승지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많아진 참가자들로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두 학회가 매년 공동으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는 학회장에 따르면 춘계학술대회 장소를 제주도로 정했는데 회원들 관심이 높아서 결과적으로 학회 등록자가 거의 2배로 늘었다고 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열리는 학술행사나 콘퍼런스 등에도 참가자들이 증가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주말에 일본 후쿠오카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을 정도라고 하니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이에 아스라한 옛 추억이 되려는 듯하다. 일상에서 마스크도 벗고 있고 이동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불편과 염려는 이제 벗어날 수 있는 것 같다.
디지털 전환(DX)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폭발적 진화와 혁신을 다양한 분야에서 진전됐다. "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철도가 될 수 없다"는 혁신가의 지적처럼 이제는 마차가 아닌 철도의 시대를 살고 있다. 물론 마차를 뜨문뜨문 볼 수 있다고 해도 자동차와 기차는 이미 대세가 됐다. 오늘날엔 자동차와 철도가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다.
언택트, 온택트 등 새로운 고객 접점은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이 됐고 셀프 서비스는 단지 식당에서 물을 스스로 가져다 마시는 정도가 아닌 서비스 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패턴이자 기준이 되고 있다. 어느 날 아침 커피 주문도 셀프, 자동차 주유도 셀프, 학교 식당에서 점심 메뉴 선택과 결제도 셀프, 오후에 스터디카페 예약도 앱을 통해 셀프, 카톡으로 당도한 부고에 조의금 송금도 셀프, 국민비서에 당도한 알림에 따라 공과금 납부도 셀프, 병원 예약도 셀프, 주차 등록도 셀프 등등 셀프의 연속이고 그에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데이터가 뒤따른다. 익숙하면 아주 편안한 제로 에포트 방식을 즐길 수 있지만 디지털과 모바일에 서투르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난감함에 빠지기도 한다.
게다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일상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는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는 단계를 디지털 전환의 1단계라고 한다면 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DX를 통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변혁해 수익 창출 방법이나 차별적 우위의 원천을 바꿔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단계는 디지털 전환의 2단계다. 진정한 DX는 기업 전환이란 3단계와 산업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 4단계에서 실현된다고 하겠다. DX를 통해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어떻게 제공하는 기업을 지향할 것인가'를 근본적으로 고찰해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진화시키는 것이 DX의 3단계인 기업 전환이다. 기업 전환을 실현한 기업이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에 혁신을 가져온다. 이렇게 되면 업계 전체의 사업구조와 메커니즘을 재구성해 더욱 풍요롭고 쾌적한 사회와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산업 전환의 단계로 진전된다. 이것이 DX의 최고 단계다. 이제는 기업 전환과 사업 전환과 함께하는 고객경험 혁신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진정한 DX의 진행과 돌아온 일상 속 새로운 서비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어떻게 제공하는 기업이 되느냐, 고객경험(CX)을 혁신하는 능력이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게 됐다. 고객의 기대를 파악하고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경험을 설계하고 혁신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능동성과 전문성, 감성으로 무장돼야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고객 중심의 고객경험을 재설계하고 이를 통해 고객경험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객 경험에 대응하려는 책임감과 이를 감당할 실력을 갖추기와 더불어 공감하고 공유하는 감수성을 갖춘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
[김연성 인하대 교수 (차기 한국경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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