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킬러문항 배제 또 다른 부작용, 3단계 교육혁명으로 전환"
서울시교육청이 '질 높은 공교육'을 실현하고자 모든 공립초등학교에 영어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고, 혁신교육을 보완하기 위해 기초학력 증진에 힘쓰기로 했다. 최근 정부의 킬러문항(초고난도) 등 대입 관련 정책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문제 해결 방향을 협치로 풀어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6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3단계 교육혁명'을 통해 혁신미래교육으로 전환하겠다"며 이같은 구상을 내놨다. 그간 '혁신교육'이 기초학력 저하 등 한계점을 드러냈단 지적을 감안해 학생 맞춤형 교육과 교권·학생 인권·학부모 참여의 균형을 바탕으로 한 '보완적 혁신교육'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시교육청은 우선 교육혁명을 위해 올 하반기에 '서울교육 국제화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영어 공교육과 다문화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조 교육감은 "395개 서울 공립초등학교에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가 배치됐는데 169개 학교엔 배치돼있지 않다"며 "경기도에 있는 (서울시교육청) 학생교육원 글로벌 언어·문화교육원을 서울로 옮기고 모든 초교에 원어민 보조교사를 배치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학생 수가 많은 '과대학교'는 원어민 보조교사 1명을 추가로 배치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한다. 이주배경 인구가 늘어난 점을 감안해 다문화 학생이 많은 지역에서 이중언어 중심 교육과정 운용을 검토하고 특별학급과 이중언어교실,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다문화 학생들의 이중언어 역량도 키울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특히 학생들의 학력진단을 강화한다. 교육부가 초3·중1에 대한 자율평가에 최대한 참여하도록 권고한 것과 관련해 조 교육감은 "전수조사냐 아니냐가 쟁점화되고 있는데 기초학력을 철저히 챙기겠다는 부분에는 동의한다"며 "전수조사, 강제가 아닌 범위 내의 최대치까지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기 교육정책국 국장은 "문해, 수리력 기반 학력평가를 새롭게 준비 중"이라며 "기존 기초학력 진단보다 진일보한 문해력과 수리력 진단도구를 개발해 개인정보보호와 학생 인권 존중이 되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기초학력 신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미래 생존을 위한 '생태전환교육'도 이어나간다. 오는 9월 전남·전북에 이어 강원도까지 농촌 유학을 확대해 학생들의 생태감수성 함양 기회를 넓힐 예정이다. 전날 서울시의회에서 생태전환교육 관련 조례 폐지가 통과되며 조 교육감이 주력해온 농촌유학 정책에 제동이 걸렸지만 이 역시 협치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조 교육감은 "재의 요청을 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검토하고 있다"며 "농촌유학은 기금이 아니고 일반 사학 예산으로 편성할 수 있기 때문에 내년 (예산에) 편성하고 시의회도 설득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촌유학은 지방소멸 대응 프로젝트의 중요 부분"이라며 "매년 8000억원 정도의 지방소멸 기금 예산이 있어 지방자치단체 자체 예산으로 이를 (지원)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약 50%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초등학생 인구에 대비해 '도시형 분교 모델'을 도입한다. 사무실이나 주거용 건물과의 연계, 미니학교, 캠퍼스 공유형 통합학교 등 새로운 학교 모델을 구상 중이다. 아울러 국제 바칼로레아(IB) 탐색학교 운영(31개교)을 통해 미래형 학교교육체제와 수업·평가시스템인 한국형 바칼로레아(KB) 기반도 마련한다.
한편 조 교육감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초고난도)문항 관련 발언에 대해 "지금 중요한 것은 킬러문항 몇 개를 없애는 것, 단순히 문제 풀이 능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변화하는 불확실한 미래 사회를 살아갈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능은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해야 하고, 킬러문항은 변별을 위한 트릭이라 사교육이 팽창해 국가 교육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정상"이라면서도 "(킬러문항 배제 등)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하면 몇개월이 지나면 다른 부작용이 나오고 그 부작용에 책임져야 하는 양상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조 교육감은 "킬러문항을 수사하듯이 하느냐, (학원을) 범죄단체 다루듯이 하느냐 등 정치적으로 쟁점화되는 면도 있다"며 "여야가 킬러문항 몇 개 배제하는 것으로 (입시문제를)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 합의하고 대학 서열화나 고교학점제에 따른 2028년 대입 개편 등을 협치와 숙의로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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