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통신대책]③ 프랑스‧일본, ‘제4 통신사’로 요금 낮췄지만… 경쟁과열로 시장 쪼그라들어

박수현 기자 2023. 7. 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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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O 신규 진입 국가, 통신요금 최대 12.4% 저렴”
프랑스 ‘프리모바일’, 기존 사업자 ARPU 30% 이상 낮춰
경쟁 과열 ‘역효과’… 시장 규모 축소로 ‘3개 사업자’ 회귀
‘제4 통신사’ 안착 보장도 없어… 일본 ‘라쿠텐모바일’ 고전
정부, 투자 확대 효과 기대하지만… “독려 방안 빠졌다”
그래픽=손민균

정부는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알뜰폰(MVNO) 활성화와 ‘제4 통신사’ 유치를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자체 설비를 갖춘 이른바 ‘풀(Full) MVNO’를 육성, 28㎓ 이동통신(MNO) 신규 사업자로의 성장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제4 통신사 유치를 통해 요금 인하 효과를 보는 등 해외에 성공 사례가 있긴 하지만 중장기적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프랑스는 신규 사업자 진입이 전체 시장 규모 및 투자 축소로 이어져 관련 정책을 철회한 바 있다.

6일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콤에 따르면 2010~2015년 기준 신규 사업자가 MNO 시장에 진입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는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평균 통신요금이 10.7~12.4% 낮았다. 2012년 제4 통신사 프리모바일이 출범한 프랑스가 대표적인 예다. 프리모바일은 시장 진입 이후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워 가입자 연평균 16.7%, 매출 연평균 12.9%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1년 기준 가입자는 1345만명, 매출액은 약 24억달러였다. 당시 가입자 기준 점유율은 19.4%,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10.5%였다. 프랑스 정부는 프리모바일 출범에 앞서 신규 사업자에 주파수를 할당하는 등 정책 지원을 펼쳤었다.

프리모바일이 승승장구하면서 기존 MNO 사업자들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09년 33.1유로에서 2014년 22.6유로로 30% 이상 낮아졌다. 기존 사업자들의 ARPU가 내려갔다는 것은 그만큼 가입자들의 요금 인하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경쟁이 과열되면서 기존 사업자들의 매출도 급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프랑스 MNO 시장의 매출 규모는 프리모바일이 진입하기 전인 2011년 224억유로에서 2014년 176억유로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2003년(185억유로)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매출 감소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다. 프랑스가 4G(4세대 이동통신) 망 구축에 더뎠던 것도 이 때문이다. 2위 사업자였던 SFR은 결국 현지 케이블업체에 매각됐고, 3위 사업자였던 부이그는 직원의 15%를 구조조정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후 3개 사업자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신규 사업자라고 모두 시장에 잘 안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 Y!모바일은 2007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2014년 3월까지 점유율 3% 미만에 머물다가 2015년 4월 소프트뱅크에 인수됐다. 2014년 MVNO 사업자로 출발해 2020년 4월 MNO 시장에 진입한 라쿠텐모바일도 Y!모바일의 전철을 밟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가입자 점유율 2.3%, 매출 점유율 1%라는 다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MNO 전환 당시 도쿄·나고야 너머로 망을 구축하지 못해 다른 지역에서 로밍을 한 영향이 컸다. 라쿠텐모바일은 당초 오픈랜(개방형 무선접속망)을 활용해 인프라 구축 비용을 줄인다는 구상이었다.

기존 사업자들이 라쿠텐모바일과 비슷한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가입자도 줄었다. 2021년 537만명에서 31만명(5.7%) 줄어 지난해 506만명을 기록했다. 같은 해 기록한 영업손실액은 4928억엔이다. 이를 두고 일본 경제평론가 스즈키 다카히로는 “라쿠텐모바일이 흑자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가입자 수는 1600만명”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라쿠텐모바일은 정부가 제4 통신사 정책을 마련하면서 참고한 사례라 더 눈길을 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MVNO 사업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설비 등에 투자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도매제공 의무제도를 상설화하고 도매대가 산정방식도 다양화한다”며 “자체 설비 보유 사업자, 다량 가입자 보유 사업자 등이 데이터를 대량으로 선구매할 경우 할인폭을 대폭 확대해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라고 했다.

정부는 국내 MNO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28㎓ 주파수 대역의 설비 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망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국가 경쟁력 확보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고 말한다. 이번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이 나온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여기에 정작 3사의 투자를 독려할 만한 유인책은 넣지 않았다. 남재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풀 MVNO 육성을 통한) 제 4이통사 유치는 결국 알뜰폰 사업자와 기존 통신사의 ‘연결고리’가 관건이 될 것 같다”며 정부가 MVNO에 망을 제공하는 통신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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