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염료 들이붓고 강제 삭발… 체첸서 집단폭행 당한 러시아 기자

최혜승 기자 2023. 7. 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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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 소속 기자 옐레나 밀라시나가 4일(현지시각) 체첸공화국에서 인권침해 사건을 취재하던 중 괴한들에 의해 집단 폭행 및 협박을 당했다. 괴한들이 밀라시나를 폭행하고 머리를 삭발한 뒤 녹색 염료를 뿌렸다./ 타스연합뉴스

러시아 체첸 자치공화국에서 인권 문제를 취재해온 러시아 기자가 무장 괴한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 시각)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서 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 소속 기자 옐레나 밀라시나(45)가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머리카락을 밀리는 수모를 겪었다.

밀라시나는 경찰 폭행 및 사기 혐의를 받는 여성 자레마 무사예바(53)의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그로즈니를 방문했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 무사예바의 남편과 아들은 체첸 지도자인 람잔 카디로프를 비판하고 해외로 망명했는데, 밀라시나는 무사예바가 가족 때문에 보복 기소를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공항에 도착한 밀라시나는 변호사 알렉산더 네모프와 법원에 가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변을 당했다. 당시 3대의 차량이 이들을 가로막더니 이내 10~15명 가량의 복면을 쓴 괴한들이 습격했다고 한다. 이들은 운전사를 차 밖으로 끌어내고 밀라시나 일행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괴한들은 밀라시나와 네모프에게 고개를 숙이라고 한 뒤 무릎을 꿇리고 머리에 총을 겨누며 위협했다. 파이프로 때리고 휴대전화를 빼앗았으며 각종 서류와 장비도 파손했다.

괴한들은 또 밀라시나에게 녹색 요오드 용액을 들이부었으며 ‘여기서 나가고 아무것도 쓰지 말라’는 경고를 남겼다고 한다. 과거 러시아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도 같은 물질로 공격을 받은 바 있다. 무차별 폭행을 당한 밀라시나는 손가락이 골절되고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네모프의 경우 다리를 칼에 찔린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체첸자치공화국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 AP연합뉴스

밀라시나는 수년간 체첸 내 동성애 남성에 대한 대대적 체포와 고문 사건을 비롯해 여러 인권 침해에 대해 취재해오면서 이전에도 여러 차례 생명의 위협을 받았었다. 2020년에는 카디로프로부터 테러리스트라는 비난을 받은 뒤 체첸에서 폭행당한 적도 있었다.

이번 사건의 배후나 공격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밀라시나는 “당시 괴한들이 함께 있던 변호사 네모프에게 ‘당신은 여기서 너무 많은 사람들을 변호한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며 이번 일이 네모프와 관련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건에 대해 보고 받았다”며 “매우 심각한 공격이고 과감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크렘린궁이 드물게 러시아내 인권 침해를 인정한 건 당국이 체첸과의 관계가 복잡하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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