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멘탈 박스오피스1위… 이유있는 애니의 ‘역주행’ [엄형준의 씬세계]

엄형준 2023. 7. 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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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탈, 범죄도시3 등에 밀려
박스오피스 3위 출발 뒤 1위 올라
SNS 긍정 평가에 성인 관심 증가
슈퍼 마리오·슬램덩크도 ‘뒷심’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인 ‘엘리멘탈’이 역주행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엘리멘탈’은 지난 5일 일일 관객 수 10만명으로 12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다.
'엘리멘탈'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엘리멘탈’의 첫 출발은 불안했다. ‘범죄도시3’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14일 개봉한 ‘엘리멘탈’은 같은 날 개봉한 ‘플래시’에 밀리며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했다.

하지만 ‘플래시’의 인기를 금세 넘어서며 2위로 한 계단 순위가 상승했고, 지난달 24일 토요일 1위로 올라섰다. ‘스파이더맨: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귀공자’,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 등이 개봉했지만, ‘엘리멘탈’의 인기를 넘어서진 못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올해 개봉일 기준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하지 못한 영화 중 1위로 ‘역주행’을 한 영화는 모두 애니메이션이다.

지난 4월26일 2위였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개봉 4일 만에 1위에 등극했고, 일본 애니메이션 돌풍을 일으킨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 1월4일 2위로 출발해 이튿날 3위까지 떨어졌다가, 그달 27일에야 정상을 차지했다. 이후 19일 동안 줄곧 1위를 지켰고, 이후에도 긴 시간 인기를 누렸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개봉일부터 박스오피스 1위였던 ‘스즈메의 문단속’은 순위 역주행은 아니지만 개봉 첫 주 주말보다 둘째, 셋째 주에 주말 관객이 불어나며, 인기가 상승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35일간 1위를 지켰다.

누적 관객 수는 △‘엘리멘탈’ 250만명 △‘스즈메의 문단속’ 553만명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353만명 △‘더 퍼스트 슬램덩크’ 500만명이다. ‘범죄도시3’을 제외한 올해 한국 영화 개봉작의 관객 수를 압도한다.

업계는 이런 애니메이션의 인기 역주행과 성공 원인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평점 등을 통한 입소문과 성인 관객의 높은 유입률을 꼽는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경우 개봉 초기, 작품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만화 ‘슬램덩크’를 보며 자란 30∼40대 연령대가 관객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관람 연령대가 20대와 10대까지 넓어졌다. CGV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연령별 관객 비율(티켓 구매자 기준)은 △10대 5.6% △20대 28.4% △30대 29.1% △40대 27.5% △50대 이상이 9.2%로, 오히려 20대가 40대 관객보다 많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보다 낮은 연령대를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이지만, 되려 닌텐도 게임을 즐겼던 중년 ‘어른이’(어린이처럼 게임, 만화 등에 관심이 많은 어른)의 관심이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 영화의 CGV 예매율은 40대가 20대의 두 배가 넘는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엘리멘탈의 경우 어린 관객과 성인들로부터 고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CGV의 연령대별 관객은 △10대 4.1% △20대 40.7% △30대 26.2% △40대 21.6% △50대 이상이 7.4%다. 여성 관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동양적인 가족 내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여성형 원소(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에 20대 여성이 특히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극장 관계자는 “어린이를 동반한 성인 고객도 있겠지만, 연인 혹은 친구와 극장을 찾은 여성 관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상영관의 90% 이상이 어린이 관객 유입의 걸림돌인 ‘자막’이라는 점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더한다.

애니메이션의 흥행이 한 박자 늦은 건 일반적으로 성인 관객들이 실사 영화에 더 관심이 높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개봉 후 예상외로 재미있다는 평가가 SNS 등을 통해 퍼지면, 자연스레 해당 애니메이션에 대한 성인의 관심이 증가하는 것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엘리멘탈.
역주행에 성공한 영화들은 관객들로부터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포털 네이버에서 ‘엘리멘탈’은 평점 8.91점을 기록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평점은 9.26점,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8.4점을 받았다. 올해 박스오피스 5위권 안에 든 한국 상업영화 중 8점대 이상을 받은 영화는 리바운드(8.39점), 귀공자(8.05점) 정도다.

올해 국내에서 성공한 애니메이션이 모두 ‘따뜻한’ 영화라는 것도 주목된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애니메이션이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던 어른들에게 감동을 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촌평했다.

애니메이션이 틈새시장을 잘 공략했다는 분석도 있다. 보통 극장가 비수기로 여겨지는 1∼4월에 애니메이션이 주로 개봉하면서 재미를 봤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 기간 한국 영화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한 부진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를 애니메이션 흥행의 주요한 이유로 보긴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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