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통신대책]② 정부 ‘제4 통신사’로 승부수 띄웠지만… “통신 3사 독과점 깰 방안 먼저”
통신 3사 포기한 28㎓ 주파수 앞세워 모집
앵커 주파수에 할당대가 가격 낮춰 제공 계획
현행 3사 독과점 체제 효과적으로 규제해 통신비 먼저 낮춰야
“제4 이동통신사 유치는 2010년부터 7차례에 걸쳐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제4 통신사 이야기만 반복하는 게 아닌가 싶다.”
2011년 제4 통신사 선정 경쟁에 참여했다가 실패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제4 통신사 진입 지원에 대해 “통신 3사의 독과점 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제4 통신사는 대안이 되지 못한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통신시장 경쟁구조 개선을 위해 제4 통신사 진입보다 통신 3사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제와 알뜰폰 사업 육성이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4 통신사를 시장에 진입시켜야 전체 시장의 98%(매출 기준)를 점유하는 통신 3사의 독과점 구조를 깰 수 있고, 이를 통해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판단이다.
다만 포화상태에 접어든 통신 시장에 진출할 사업자를 찾기가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과 함께 통신 3사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3년간 실패한 제4 통신사 유치에 집중하는 대신 통신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실질적인 통신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 통신 3사 포기한 28㎓ 내놓고 ‘진입장벽’ 완화 외친 정부
과기정통부는 제4 통신사가 차별화된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28㎓(기가헤르츠) 대역의 5G 전용 주파수를 3년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28㎓ 주파수는 기존 LTE(4세대 이동통신) 대비 20배 빠른 속도로 5G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다만 통신 3사가 사용 중인 3.5㎓ 주파수 대비 직진성이 강해 더 많은 기지국을 세워야 한다. 더 빠른 속도로 대용량 데이터를 보낼 수 있지만 전파의 회절성(휘어지거나 통과하는 성질)이 약해 28㎓ 주파수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3.5㎓ 주파수 대비 3~4배 더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통신 3사가 주파수 할당대가 6223억원(SK텔레콤 2073억원, KT 2078억원, LG유플러스 2072억원)을 손실처리하면서도 28㎓ 주파수를 포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사실상 통신 3사가 포기한 28㎓ 주파수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제4 통신사를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주파수 할당대가를 최저 경쟁 가격으로 낮추고 납부방식도 기존 1년차 25% 납부에서 10% 납부로 낮췄지만, 사업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28㎓ 주파수만 보고 제4 통신사에 뛰어들 업체를 찾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앵커 주파수 추가에도 대규모 투자는 불가피
정부는 28㎓ 주파수와 함께 앵커 주파수(700㎒ 또는 1.8㎓ 대역)를 함께 할당한다고 발표했다. 앵커 주파수는 이동통신 전파 신호 제어와 이용량에 따른 과금 등에 활용되는 주파수를 말한다. 28㎓ 주파수만 있어서는 현재 기술로는 무선망을 단독으로 사용할 수 없다. 28㎓ 주파수를 제어할 수 있는 별도의 앵커 주파수가 있어야 안정적으로 28㎓ 주파수를 활용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는 앵커 주파수 할당과 관련해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앵커 주파수 동시 할당은 기본적으로 비용을 낮추는 효과로 제4 통신사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활용 범위를 신호 제어용으로 한정할 경우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앵커 주파수를 할당한다고 해도 28㎓ 주파수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불가피하다”라며 “앵커 주파수를 제대로 된 유인책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반 통신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라고 했다.
제4 통신사보다는 기존 통신 3사 체제를 효과적으로 규제해 통신비 완화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용규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고민과 노력이 느껴지지만 신규 사업자 진입은 포화된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라며 “알뜰폰을 키워 통신 3사와 경쟁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 같다”라고 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통신 3사가 시장을 적당히 나눠먹는 구조를 개선할 필요는 있지만 꼭 제4 통신사로 방법을 한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라며 “통신 3사의 독과점 체제를 깰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앵커 주파수
신호제어 및 과금 등에 이용되는 주파수로 20㎒(메가헤르츠) 이상 대역폭이 필요하다. 주 대역의 무선망 접속을 돕는 보조 역할을 한다. 상용화된 5G 기술로는 28㎓ 초광대역 주파수는 단독으로 무선망에 접속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없다. 앵커 주파수가 5G 단말기를 6㎓ 이하(서브6) 무선망에 접속하도록 도와야 28㎓ 주파수를 활용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활용성이 좋은 700㎒ 대역 또는 1.8㎓ 대역 등을 앵커 주파수로 함께 할당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규 사업자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28㎓ 주파수보다 앵커 주파수를 활용한 직접 서비스에 치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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