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기준 이하가 ‘안전’은 아냐…공유지의 저주 걱정”
“알프스 성능 알 수 있는 자료 없어”
2·3차 시료 분석 왜 했나 의문도 제기
최근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의 계획에 ‘문제 없다’는 판단을 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가 나온 가운데 기준보다 낮은 방사능이 ‘안전하다’와 같은 뜻으로 취급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잠재적인 위험’을 ‘위험성 없음’으로 보는 건 비과학적인 태도라는 뜻이다.
또한 일본의 방사능 제거 장치의 성능을 확인할 공학 데이터가 없는 데다, 아직 2·3차 시료 분석은 끝나지도 않은 채 최종 보고서가 나왔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최무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는 방사능 오염 수치에 대한 통념과 관련해 “흔히 기준값보다 작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기준값은 ‘안전’이 아니라 현실적인 관리 기준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험과 연관 관계가 불확실한 경우에는 판단을 유보하고 ‘잠재적 위험성’으로서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이를 ‘위험성 없음’으로 오인한다면 매우 비과학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1977년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제기한 ‘알라라(ALARA) 원칙’은 “피할 수 있는 방사능은 최대한 피하라”는 철학을 담고 있다. 알라라 원칙은 전 세계 원자력규제기관들이 따른다. 그런데도 일본은 오염수 바다 방류를 추진하고 있고, 한국 정부·여당은 “미약한 방사능으로는 건강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IAEA 최종 보고서에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의 성능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알프스는 후쿠시마 원전에 장착된 정화 장치로, 일본 정부는 알프스가 62개 핵종을 거른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알프스가 삼중수소를 제외한 핵종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며 “하지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공학적인 데이터는 (최종 보고서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IAEA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떠 온 오염수 시료 가운데 1차 시료만 분석해 최종 보고서에 넣은 점도 지적했다. IAEA는 원전 오염수를 총 3번 떠 왔는데, 지난해 3월 채취한 1차 시료는 분석이 끝나 최종 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들어갔고, 2·3차 시료는 지난해 말 채취해 아직 분석이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2차와 3차 시료 분석 결과는 아직 발표도 되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최종 보고서가 나온 건 희한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최종 보고서 발표를 서두를 것이면 2차와 3차 시료 채취는 왜 했느냐는 반문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공유지의 저주’에 비유했다. 백 교수는 “사람들은 공유지를 말 그대로 공공의 것이라고 여겨 쓰레기를 막 갖다 버리는 일을 벌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일본 입장에서 공유지는 바다가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에선 ‘런던협약’이 규제하는 오염물질 해양투기 행위를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75년 발효된 런던협약은 각국이 해양에 폐기물을 고의로 버리는 일을 규제한다.
일본은 런던협약이 선박이나 비행기를 통한 쓰레기 투기만 규제하기 때문에 파이프라인을 통해 오염수를 버리는 자신들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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