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릿세·바가지요금’ 사라진 청학계곡 5년…시민·옛 음식점 주인 “이젠 함께 가꿔요”
수도권 명산으로 꼽히는 수락산 줄기에 형성된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계곡. ‘평상 자릿세’와 ‘바가지요금’ 등 불법 상행위가 과거 수십 년 동안 성행했고, 계곡물은 인근 음식점 주인들이 사실상 독점해오던 곳이었다.
이런 모습은 2018년 전국 처음으로 자치단체가 평상과 건축물 등 불법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는 대대적인 정비작업에 나서면서 사라졌다. 현재는 ‘청학밸리 리조트’라는 새 이름으로 두 물줄기 약 1.4㎞에서 시민 공원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1년여의 철거작업을 마치고 2019년부터 무료 개방한 청학계곡은 맑은 계곡물과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진 명품 자연공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때 시설물 철거에 반발했던 주변 상인들은 이젠 든든한 ‘계곡지킴이’가 됐고, 과거 당연시됐던 음주 문화는 크게 줄고 가족 단위의 조용한 쉼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1일 오전 청학밸리 리조트. 청학교 아래 그늘에는 이른 아침부터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모래사장에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가족 이용객을 위한 물놀이장과 대형 그늘막에도 짐을 푸는 피서객들이 이어졌다.
계곡 주변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피서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집에서 준비해온 음식이 부족한 가족들은 배달 음식을 받을 수 있도록 설치된 ‘배달 존’을 이용했다. 판매시설이라곤 주차장이 가까워 피서객에게 인기가 많은 하류 쪽 입구에서 음료 등을 파는 작은 푸드트럭 2대가 유일했다.
오는 2026년까지 공원화 사업으로 여기저기가 공사 중이었지만 시민에게 개방된 계곡 주변과는 떨어져 있어 물놀이에 큰 불편을 주지 않았다.
피서객 A씨(40)는 “자연이 만들어준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고, 주차비도 입장료도 무료인 피서지가 과연 한국에 얼마나 있겠냐”면서 “어렵게 시민 품으로 돌아온 계곡인 만큼 이용하는 우리 모두가 깨끗하게 사용하고 잘 보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학계곡에서 교통안내와 안전을 맡은 21명의 청학밸리협동조합 회원들은 대부분 남양주 시민이다. 회원 중 7~8명은 오랜 세월 청학계곡 주변에서 음식점 등을 운영했던 사람들이다.
30년 넘게 청학계곡에서 장사를 했던 유도근 협동조합 이사장(65)은 “생계 때문에 철거에 반대한 적도 있었지만 많은 시민이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 요즘은 지난 시간이 오히려 죄송스럽다. 40여 개의 음식점이 있었는데 그들(음식점 주인)도 대부분 저와 생각이 같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여름철 주말에는 주차장이 부족한데 인근 마을 주민들이 마을 진입로 한쪽을 피서객들에게 내줘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계곡을 잘 지켜가자는 분위기는 확산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모래사장 주변에서 안내를 담당하는 50대 안내원 B씨는 “아이들이 물가에서 모래 놀이를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면서 “이용객 스스로가 쓰레기 분리수거는 물론 음주·숙박 행위 등 금지 사항에 대해서도 대부분 협조를 잘해주신다”라고 말했다.
남양주시는 2026년까지 ‘청학밸리리조트’에 주차장·산책로 확장 등 6만7873㎡를 공원화하고, 숲 도서관 조성사업 등도 추진 중이다.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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