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발표에도 전문가 우려는 여전…“생태학적 평가 불충분, 검증 불투명”

박용하 기자 2023. 7. 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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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오염수 수조에서 자라는 물고기에 사료를 주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계획에 문제가 없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판단이 나왔지만,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잠재된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검증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고, 오염수 방류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IAEA 보고서를 온전히 신뢰하기 힘든 이유로 꼽았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오염수가 생태계에 미칠 불확실성에 집중됐다. 미국의 해양 생물학자인 로버트 리치몬드 하와이대 교수는 5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방사성 물질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불충분하게 설명하는 (검증) 결과들을 봐 왔다”라며 “일본은 해수나 퇴적물, 생명체에 무엇이 유입되는지 감지하기 힘들 것이고, 만약 안다고 해도 막을 방법이 없으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램프의 지니’를 꺼내면 다시 병 속에 집어넣기 힘들다”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우려하기도 했다.

앞서 IAEA의 보고서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뒤에도 삼중수소 뿐 아니라 코발트-60 등이 검출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 소속 해양과학자인 켄 부셀러 박사는 최근 과학전문매체 ‘뉴사이언티스트’에 “삼중수소와 달리 코발트-60은 파이프 출구에 있는 해저에 축적될 가능성이 30만배 더 높다”며 “이는 그냥 희석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더욱 축적될 것이고, 물고기가 섭취하면 해양 먹이사슬을 따라 농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치몬드 교수도 지난해 재팬타임스 기고문에서 “안정성의 핵심 척도는 60개 이상 방사성 오염물질의 활동을 결합한 위험요소가 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현재 삼중수소를 포함한 7~10개만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오염수가 담긴) 1000개 이상의 탱크 사이에는 오염물질 농도에 큰 변동성이 있다. 어떤 탱크에는 삼중수소가 낮은 대신 스트론튬-90이 높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면서, 샘플 분석이 아닌 모든 탱크를 전수조사 해야만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방류 작업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 원자력위원회(JAEC) 부회장을 역임한 스즈키 타츠지로 나가사키대 교수는 BBC에 “방류가 계획대로 되면 심각한 오염이나, 대중에게 해를 끼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도쿄전력이 2011년 원전에서의 재난을 막지 못한 점을 감안해보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오염수가 우발적으로 방류될 가능성은 여전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IAEA의 이번 보고서는 방류 시설의 고장에 따른 비계획적인 유출 위험성 등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증 과정의 투명성도 지적된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방사능 모니터링 활동을 해온 국제 비영리단체 ‘세이프캐스트’의 애즈비 브라운 수석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방류된 물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은 매우 낮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전체 (검증) 과정은 투명하지 않았고, 포괄적이거나 철저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수의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제시된 데이터가 불완전하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정부가 오염수 처리를 위해 IAEA의 권위를 빌리는 것만으로는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보고서를 건네는 ‘의식’으로 처리수(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얼마나 깊어졌을까”라며 “(국민들 사이에선) IAEA의 권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불신하는 견해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해양 방류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성실하고 정확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며, IAEA 이외에도 독립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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