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 문턱 낮아진다는데…대구은행, 시중은행 과점 깰 '메기' 될까
금융권,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효과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정부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은행산업의 진입문턱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에 DGB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면서 정부의 은행 독과점 해소 대안으로 떠오를지 관심이 모인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 해도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당장의 큰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5대 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해소하고자 신규 플레이어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기로 결정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지주사 회장단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지난 4개월간의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월부터 12차례 회의를 열고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 후생·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다. TF는 은행권 경쟁촉진·구조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 6대 과제를 중심으로 논의했다.
논의 결과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촉진시키기로 결정했다. 대구·경북에 기반을 둔 국내 최초 지방 은행인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고, 지방 은행, 인터넷 전문은행, 특화 전문은행을 늘려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메기'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에 나선 곳은 DGB대구은행이다. 금융당국도 대구은행의 자본력 등을 고려했을 때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봤다. 관련 사전브리핑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대구은행의 자본금 요건은 충족하는 상태고 추가적으로 볼 부분은 사업계획이 얼마나 타당한지와 지배구조 이슈인데, 현재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신청하면 신속하게 검토할 예정으로, 빠르면 올해 안에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이 금융위의 인가를 받으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1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출범하게 된다. 대구은행은 이날 오전 대구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을 지향하겠다"면서 시중은행 전환 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대구은행은 7월 중으로 시중은행 인가를 신청하고, 컨설팅사 등과 함께 TF를 구성한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으로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발생하는 조달비용 상승, 기업가치 하락 등 불합리한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낮아진 조달금리와 창립이후 56년간 축적한 중소기업에 특화된 금융지원 기법을 활용해 수도권은 물론 강원과 충청권 등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영업력을 확장할 것"이라며 "핀테크사 등과 제휴해 디지털영업을 강화하는 혁신서비스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돼도 '메기' 역할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이 이미 시중은행과 규모 등 체급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시장에 새로 진입해도 유의미한 경쟁 상대가 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 기존 5대 은행의 자산·부채와 DGB대구은행의 차이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원화대출금 총액은 1416조2284억 원으로 대구은행(50조4516억 원)의 약 30배에 달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 해도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큰 변화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온라인으로 대부분 은행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영업점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도 부담스러울 텐데 시중은행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변화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과 경쟁 효과를 기대했던 인터넷 전문은행도 아직 낮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방은행도 결국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인터넷은행 3사가 은행권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작년 말 기준 예금 2.6%·대출 2.0%) 수준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 은행이 처음 도입될 때도 많은 기대감이 있었는데 막상 일부 리테일 금융 외에 예상보다 큰 파급력이 없었다"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것도 수도권에 영업망을 구축해서 경쟁력을 갖춰 경쟁을 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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