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니 돈 뺄까’ ‘설마 망하겠나’ 새마을금고 위기설에 뒤숭숭한 여론
정부, 예금자 안심시키는 데 ‘주력’
서울 은평구에 사는 A씨(81)는 6일 오전 새마을금고를 방문했다. 10시가 되지 않은 시간인데도 창구 앞에는 벌써 1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A씨는 “아침에 새마을금고에 관한 뉴스를 보고 불안해서 여기 직원에게 물어보러 나왔다”며 “새마을금고 두 군데에 5000만원씩 맡겼는데, 앞으로 새마을금고가 어떻게 되는 건지, 정기예금을 해약해야 하는 건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의 건전성을 두고 위기설이 제기되면서 새마을금고에 목돈을 맡긴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금리 시절 가입한 정기예금을 중도 해지하면 이자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새마을금고 위기설이 번진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부실 우려, 연체율 상승, 자금 이탈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비 대출 잔액은 2019년 말 1694억원에서 지난해 말 15조5079억원으로 폭증했다. 관련 연체액은 2021년 말 60억원에서 지난해 말 60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1분기 말 전체 대출 연체율은 5.34%로, 전 분기보다 1.75%포인트 뛰었다. 같은 시기 상호금융 전체의 평균 연체율은 2.42%였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자금이 일부 빠져나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새마을금고의 수신 잔액은 258조2811억원으로, 지난 2월 말보다 6조9889억원 감소했다. 이 기간 신협·농협 등 상호금융권에서 수신 잔액이 줄어든 곳은 새마을금고뿐이다.
새마을금고는 예금 잔액이 5월부터 회복돼 지난달 말 잔액은 259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마을금고 정기예금 가입자들은 혹시라도 문제가 생겨 예금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직장인 한모씨는 “지난해 11월 연 5%가 넘는 금리로 정기예금에 가입해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최근 뉴스를 보고 예금을 해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도 해지해 약정 이자를 다 받을 수 없었다”며 “이사 갈 때 쓸 돈이라, 예금을 유지하면서 불안한 것보다는 이자를 손해 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1년여 사이 새마을금고에 돈을 맡긴 고객은 지난해 3~4분기 연 5% 이상의 고금리 정기예금에 가입한 경우가 많아 예금 해지와 유지 사이에서 갈등이 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반면 새마을금고와 정부를 믿고 예금을 유지하겠다는 가입자들도 있다. 새마을금고 2개 예금에 총 6500만원 정도를 넣어둔 회사원 임모씨(41)는 불안하긴 하지만 만기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임씨는 “5.5% 금리를 준다고 해서 휴가 기간에 일부러 지점에 가서 출자금 통장을 만들고 가입했는데, 가입하는 데 들인 시간과 노력까지 생각하면 중도에 해지하기가 아깝다”면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하니까 만기까지 기다려서 이자 혜택을 받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은평구 새마을금고에 만난 또 다른 고객 B씨(80)는 “어제저녁에는 뉴스를 보고 불안했다. 자식들한테 전화했더니 ‘그렇게 불안하면 다른 데로 옮겨두라’고 하더라”며 “그런데 오늘 새마을금고 직원의 설명을 들어보니 괜찮을 것도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에서도 새마을금고 정기예금을 만기까지 유지할 것인지를 서로 상담하는 질의응답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위기설이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을 촉발해 진짜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새마을금고 예금도 법령에 따라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된다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정부는 또 문제 있는 새마을금고는 인근의 우량 금고와 인수 합병하고, 5000만원 초과 예·적금을 포함한 고객의 원리금을 100% 이전할 계획이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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