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차단’ 언급 마크롱에 “여기가 북한·중국이냐” 역풍
최근 프랑스 전역에서 폭력 시위가 확산한 원인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지목하며 ‘SNS 차단’ 가능성을 시사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역풍을 맞고 있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SNS 차단이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발상이라며 정부가 폭력 시위의 책임을 엉뚱한 곳에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날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가 발생한 지역의 시장 241명과 연 대책 회의 자리에서 SNS가 폭력 시위를 부채질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시위가 통제 범위를 벗어나면 (SNS를) 규제하거나 차단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에 빗대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중도우파 공화당의 올리비에 말렉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SNS를 차단한다고? 중국, 이란, 북한처럼? 관심을 돌리기 위한 도발이라고 해도 너무 저급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사회당 대표인 올리비에 포르도 “인권과 시민권을 보장하는 국가는 중국이나 러시아, 이란과 같은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고 비꼬았다.
강경 좌파 정당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틸드 파노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트위터에 올리며 “오케이 김정은”이라고 적기도 했다.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집권 여당 르네상스의 에리크 보토렐 의원은 “SNS 차단은 민주주의가 그에 반대되는 도구보다 더 강하다는 생각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27일 교통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북아프리카계 17세 청소년이 경찰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인종 차별과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시위가 방화와 약탈, 경찰서 공격 등으로 이어지며 극심한 혼란이 일었다.
방리유(대도시 외곽 지역) 노동자 계급 부모를 대변하는 단체 ‘어머니들의 전선’의 공동 창립자 파티마 우아삭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주의를 돌리기 위한 전술”이라며 “경찰 폭력 문제를 논의하는 대신 SNS와 부모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데, 이는 당국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올리비에 베랑 정부 대변인은 마크롱 대통령이 일반적인 SNS 사용 차단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특정 장소에 집결할 수 있도록 하는 위치 파악 등 일부 기능에 대한 차단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통신부 장관도 방송 인터뷰에서 SNS 차단이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프랑스 현행법상 SNS 사용 차단은 물론 일부 기능을 차단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베랑 대변인은 현재 의회에서 사이버 보안 관련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의 여파로 관련법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베랑 대변인은 “정부가 SNS 플랫폼들에 폭력을 조장하는 자료를 가능한 빨리 삭제하고 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 이들에 대한 익명성을 제거하도록 확고한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 폭력에 반대하며 확산한 이번 시위 현장에서 20대 청년이 경찰이 쏜 고무총탄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전날 프랑스 검찰은 지난 1일 마르세유 시위 현장에서 고무총탄으로 된 경찰의 진압 장비 ‘플래시볼’에 가슴을 맞고 숨진 27세 남성의 사망 사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검찰은 이 남성의 사망 원인이 플래시볼이 가한 충격 때문이라고 발표했지만, 누가 플래시볼을 발사했고 사망한 남성이 폭동에 가담했는지 여부 등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플래시볼은 프랑스 경찰의 시위 진압 장비로, 이전에도 플래시볼에 맞아 시력을 잃거나 머리를 다치는 사례가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3월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서도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플래시볼에 맞아 엄지손가락을 잃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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