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은 갚고 주식·부동산 주춤···가계여윳돈 3년만에 최대
올 1분기 가계 부문의 여윳돈이 3년 만에 최대 규모로 불었다. 소득은 늘었지만 부동산 시장 부진 등으로 투자는 주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계가 대출은 갚고 예금을 늘리면서 가계 자산에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6일 공개한 자금순환(잠정) 통계를 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올해 1분기 순자금 운용액은 76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64조8000억원)보다 12조1000억원 늘었을 뿐 아니라 2020년 1분기(81조원) 이후 3년만에 가장 큰 규모다.
순자금 운용액은 해당 기간 각 경제주체의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이다. 보통 가계는 순자금 운용액이 양(순운용)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 등을 통해 순자금 운용액이 대체로 음(순조달)의 상태인 기업·정부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문혜정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가계 소득과 소비는 양호한 흐름이었지만, 주택 투자가 부진해 순자금 운용 규모가 1년 전보다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99만1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386만원)보다 3.4% 늘었다.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지난해 1분기 9만8000호에서 올 1분기 3만5000호로 급감했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1분기 자금 운용 규모(69조8000억원)는 1년 전(89조2000억원)보다 약 19조원 줄었다.
자금 운용을 부문별로 나눠보면, 특히 가계의 국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가 1년 사이 6조6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10조원 넘게 급감했다. 주식이나 펀드에서 오히려 돈을 뺐다는 뜻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1분기 평균 2763을 기록했으나, 올 1분기에는 2410선에 그쳤다.
반대로 예금 등 금융기관 예치금은 60조1000억원에서 62조2000억원으로 2조100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가계 금융자산 내 예금의 비중은 1분기 기준 44.5%로 2012년 2분기(44.7%) 이후 약 11년만에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주식 비중(19.8%)도 1년 전(20.1%)보다 늘었지만, 이는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라 보험·연금 준비금의 비중이 1년 사이 30.2%에서 27.6%로 크게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금융자산들의 비중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계의 1분기 자금 조달액은 -7조원으로 집계됐다. 돈을 끌어 쓴 게 아니라 오히려 대출 등을 7조원어치 상환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1분기(24조4000억원)대비 급감해 역대 최저 기록을 새로 썼다. 자금 조달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융기관 차입이 21조4000억원에서 -11조3000억원으로 대폭 줄며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영향이다. 문 팀장은 “대출금리 상승, 부동산 경기 둔화 등으로 대출 수요가 줄면서 대출금을 중심으로 조달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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