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덕에 힘받은 일본, 원전 더 늘린다···거꾸로 가는 일본의 원전 시계

이윤정 기자 2023. 7. 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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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해양 방류 ‘인정’ 받아들자마자
차기 원전 사업 주도 기업 선정하는 등
12년 전 악몽 잊고 ‘친 원전’으로 회귀
5일 일본 도쿄에 있는 도쿄전력 본사 밖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원전 사업 부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해양 방류 ‘합격점’을 받아들자마자 일본 정부는 바로 차기 원전 사업을 주도할 기업을 선정하며 원전 개발 의지를 확고히 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멈추고 ‘탈 원전’을 선언했지만, 12년 전 악몽을 잊고 ‘친 원전’으로 회귀한 것이다.

6일 일본 민영방송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이 차세대형 원자로 개발 설계를 총괄하는 기업으로 미쓰비시중공업을 선정할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전날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미쓰비시중공업이 주도해 안전성이 높은 원전의 개발을 가속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옹호한 IAEA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차기 원전 사업 계획을 빠르게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탈 원전’ 정책으로 전환했다.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기존 원자력 발전소를 일시 폐쇄했다. 원자력 의존도는 2010년 25%에서 이듬해 4%로 급감했다. 원전 사고 이전 20% 정도였던 에너지 자급률은 한때 6%까지 낮아져 에너지 수급에 빨간 불이 켜졌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는 일본은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지난해 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차세대 원전 개발·건설 검토를 지시했다. 운전 중단 상태인 원전 17기에 대한 재가동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엔 의회에서 최장 60년으로 정한 원전 운전 기간을 더 늘리는 안도 통과됐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여론도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원전 운전 재개 찬성(51%)이 반대(42%)를 앞섰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같은 질문에서 찬성이 반대보다 많기는 처음이었다. 그간 원전 재가동 찬성은 30% 전후, 반대는 50∼60%였다.

그러나 일본 원전 재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2019년 운영을 재개한 오나가아원전 2호기가 있는 미야기현은 후쿠시마현과 같이 지진 발생에서 자유롭지 않은 곳이다. 전문가들은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앞으로 30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을 9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오나가와원전 2호기는 후쿠시마 원전과 동일하게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비등수형’이다. 결국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될 가능성을 무시하고 원전 가동을 감행한 셈이다.

일본의 원전 정책은 최근 모든 원전을 폐쇄한 독일의 선택과도 비교된다. 독일은 지난 4월 15일(현지시간) 남아 있던 원자력발전소 3개 가동을 완전 중단하며 60여년에 걸친 원자력 발전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독일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전의 대규모 사고는 막을 수 없다는 결론 하에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였다.

일본 정책연구대학원의 히사노리 네이 에너지정책과 교수는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에 “자민당은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 전에는 원전 회귀에 대해 함구해 왔지만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원전 개발을 공식 적으로 내걸었다”면서 “원전 업계는 그동안 원전 재개를 위해 열심히 로비를 펼쳐왔고, 중의원 임기(2025년 10월)까지 큰 선거가 없는 만큼 지금이 자민당으로서는 원전 회귀를 추진할 절호의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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