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못 가보고 50% 사망…‘배 속 시한폭탄’ 복부대동맥류

박재관 기자 2023. 7. 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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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에 결쳐 서서히 팽창, 특별한 증상 못 느껴
77%는 60대 이상…흡연자 발병위험 5.5배 높아
양산부산대병원 혈관외과 이상수 교수가 복부대동맥류 시술을 하고 있다(양산부산대병원 제공).

(부산ㆍ경남=뉴스1) 박재관 기자 = 복부대동맥류는 뱃속 가장 굵은 혈관인 복부대동맥이 비정상적으로 팽창,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혈관 질환이다. 언제 터질지 몰라 ‘배 속의 시한폭탄’이라 부른다. 수년에 걸쳐 서서히 팽창하기 때문에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치료 없이 내버려 두면 혈관은 점점 팽창한다. 압력을 견디지 못하면 대동맥이 결국 터지거나 심각한 출혈을 초래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배 속의 시한폭탄’이어서 적시에 수술이 필요한 질환이다. 환자 50% 정도가 병원 도착 전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양산부산대병원 혈관외과 이상수 교수는 “복부대동맥류는 여러 원인에 의해 대동맥벽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푸는 현상”이라며 “대동맥 직경이 정상 기준 2cm보다 50% 이상 늘어나면 즉시 치료해야 한다. 치료하지 않으면 100% 사망에 이르는 위험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막히는 ‘죽상동맥경화증’이 원인이 되어 발병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주요 위험인자는 고혈압, 고지혈증, 고령, 흡연, 음주, 선천적 기형과 감염 등이 꼽힌다.

혈관이 터지기 전까지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배나 허리에 통증과 불편감이 느껴질 수 있고, 간혹 배에서 펄떡펄떡 뛰는 ‘박동성 종괴’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팽창한 복부대동맥류가 주변 장기를 누르면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구역, 구토가 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즉시 병원을 가보는 게 좋다.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 위험이 4~5배 높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5.5배 높아 담배를 피우는 65세 이상 남성의 4.5%는 복부대동맥류를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대동맥류 환자의 77%는 60대 이상이다. 이를 감안하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우리나라는 대동맥류 환자 수가 지속 상승할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치료방법은 크게 △개복수술 △혈관 내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개복수술은 익히 알다시피 배를 열어 수술하는 방식이다. 흉터가 많이 남고 입원 및 회복 기간이 길다. 또한 복부 절개에 따른 복강과 심폐혈관계 합병증이 큰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재수술의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도 있다.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흔히 ‘인터벤션 시술’이라고 불린다. 환자의 사타구니 부위를 미세하게 절개해 금속망으로 지지된 인조혈관 스텐트 그라프트를 대동맥류가 발생한 부위에 이식한다.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 혈액을 원활하게 흐르게 하는 방법이다. 개복수술에 비해 절개 부위가 크지 않아 치료 및 회복 기간이 짧다. 무엇보다 영상진단장비를 통해 시술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치료하기 때문에 정확성과 안정성이 높다.

이상수 교수는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개복수술을 견디기 어려운 고령에다 합병증이 있는 환자에게 선호된다”며 “대동맥류의 모양에 따라 시술이 제한적이고, 시술 후 1년 간격으로 초음파나 CT를 통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전체 복부대동맥류 환자의 70% 정도가 스텐트 그라프트 시술을 받고 있다.

한편, 양산부산대병원 혈관외과팀(이상수, 문진호, 윤병준 교수)은 지난 6월 초 복부대동맥류 수술과 시술 500례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뤄 화제가 됐다. 2011년 개설한 양산부산대병원 혈관외과팀은 복부대동맥 수술과 시술을 합쳐 2015년 100례, 2017년 200례, 2021년 4월 400례에 이어, 2023년 6월 초 500례 이상을 달성했다.

혈관외과 이상수 교수는 “복부대동맥류 500례 달성을 할 수 있었던 건 혈관외과팀의 꾸준한 노력과 팀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환자 안전과 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더 나은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aksun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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