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제닌 폭격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최대 위기 “도대체 뭘 했나” 분노
“시민 보호 못 해” 자치정부 비판 쏟아져
무능력·해외 호화 생활 등 뭇매에
하마스 등 무장 단체 몸집 커질 듯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제닌에서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한 13인의 대규모 합동 장례식이 거행됐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많은 팔레스타인 시민들은 직접 관을 운반하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특히 무능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비판하는 구호가 쏟아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존폐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군의 습격과 유대인 정착민 폭력으로부터 시민들을 전혀 보호하지 못했다”며 “그렇다고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는 등의 외교 능력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치정부를 향한 여론은 크게 악화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장례식에 참석한 시민들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안 본부 건물에 돌을 던지며 분노했다. 자치정부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며 강제 진압에 나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자치정부가 이스라엘과 싸울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탄약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라”는 등의 조롱 섞인 글도 다수 게재됐다.
팔레스타인인들의 가장 큰 불만은 자치정부가 수년 간 계속된 이스라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1993년 오슬로협정을 통해 자치권을 얻은 뒤 약 6만명의 보안군을 양성했지만, 실전에선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이스라엘의 제닌 폭격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세력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이스라엘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을 지냈던 이타마르 야르는 워싱턴포스트(WP)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서안지구에서 잃은 통제권을 다시 주장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이스라엘 공격으로 세가 꺾인 만큼 자치정부가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를 잡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자치정부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한다. 우선 자치정부보다 하마스·이슬라믹 지하드 등 무장 세력을 의지하고 믿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팔레스타인 정치분석가이자 과거 자치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가산 카팁은 NYT에 “무장 단체들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이스라엘 공격에 맞서 싸우려는 사람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며 “반이스라엘 정서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자치정부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가 이스라엘과 맞서는 사이 자치정부와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이끄는 정당 파타의 핵심 인사들은 미국 등 해외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아바스 수반은 2021년 4월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 지역 선거를 불허했다는 이유로 자치의회 의원 총선거와 수반 선거(대선)를 연기했는데, 당시 외신들은 파타와 아바스 수반의 인기 하락으로 경쟁자인 하마스에 패할 가능성이 커지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WP는 “아바스 수반이 이스라엘 공습에 항의해 모든 공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비웃기만 했다”며 “자치정부를 향한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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