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단 8개월’ 피프티 피프티, ‘중소의 비극’ 되기까지

최민지 기자 2023. 7. 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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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기획사 출신으로 보기 드문 성과
‘외부 세력이 멤버 강탈’ 의혹 제기
이해 관계자 간 주장 맞서며 ‘진실공방’
그룹 피프티 피프티. 어트랙트 제공

‘중소의 기적’ 피프티 피프티를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6일 그룹의 소속사 어트랙트와 프로듀싱을 맡은 외주용역업체 더기버스, 그룹 멤버 4인, 글로벌 유통사인 워너뮤직코리아까지 여러 이해관계자 간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진실공방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이번 사태를 이해하려면 먼저 피프티 피프티를 알아야 한다.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해 11월 데뷔한 4인조 걸그룹(새나·아란·키나·시오)이다. 신생 기획사 어트랙트가 만든 첫 그룹이자 유일한 아티스트다. 많은 중소 기획사 그룹이 그렇듯 데뷔 초기 큰 주목을 받지 못한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 4월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2월 발매한 싱글 ‘큐피드’가 미 빌보드 주요 차트인 ‘핫 100’ 100위에 오르면서다. 틱톡 등 쇼트폼 콘텐츠에서 ‘큐피드 챌린지’가 유행한 데 힘입은 것으로, 중소 기획사 출신으로는 보기 드문 성과라는 점에서 ‘중소의 기적’이라 불렸다.

승승장구만 남은 줄 알았던 그룹에서 파열음이 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3일. 어트랙트는 입장문을 내고 ‘외부 세력이 멤버들을 강탈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나흘 후인 27일에는 외부 세력으로 ‘큐피드’를 만든 더기버스의 안성일 대표 등을 지목하고 경찰에 이들을 고소했다. 신생 기업인 어트랙트는 더기버스와 외주계약을 맺고 멤버 선발부터 트레이닝, 프로듀싱 등 아이돌 데뷔에 필요한 제반 과정을 맡겨왔다.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은 다음날인 28일이다. 멤버 4인이 지난달 19일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그날 밝힌 것이다. 멤버들은 어트랙트가 수술을 받은 멤버 아란의 병명을 동의 없이 공개하고, 정산을 불투명하게 했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소송이 외부 세력 개입 없이 주체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도 강조했다.

어트랙트의 주장을 종합하면, 프로듀싱과 멤버·멤버 부모 관리를 도맡아온 더기버스의 안성일 대표가 그룹의 인기가 높아지자 이들을 거액에 다른 회사로 넘기려 했다는 것이다. 소속사는 전속계약으로 묶여 있는 멤버들을 안 대표가 부추겨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증거로 어트랙트는 전홍준 대표와 윤모 워너뮤직코리아 전무의 통화 내역 등을 공개했다. 디스패치 인터뷰를 통해서는 더기버스 측이 프로듀싱 외 매니지먼트까지 사실상 전담하면서 멤버들을 좌지우지했다고도 주장했다.

더기버스는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어트랙트가 왜곡된 사실을 계속 주장할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멤버 측은 지난달 입장문을 통해 소송 제기 사실을 밝힌 이후로는 침묵을 지켰다. 그러는 사이 소속사가 녹취 파일,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을 내놓으며 적극적으로 피해를 호소하면서 여론은 소속사 쪽으로 기울었다.

지난 5일에는 멤버들이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의 첫 심문기일이 열렸다. 뜨거운 취재 열기 속에 진행된 심문에서 양측은 그간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멤버들의 법률대리인은 전홍준 대표의 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형사고소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소송이 경제적 이익이 아닌 소속사의 무능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어트랙트 측이 합의를 통해 그룹 활동 재개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 멤버들이 한국어 팀명(피프티 피프티)과 활동명에 대한 개별 상표권 출원을 지난달 신청했다는 사실도 알려져 원만한 활동 재개가 쉽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했다. 어트랙트 측은 영문 팀명(FIFTY FIFTY)의 상표 출원 신청을 지난 5월 해둔 상태로 우선권을 가진다는 입장이다.

전속계약 분쟁이 한창인 가운데서도 히트곡 ‘큐피드’는 선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큐피드’는 전주에 이어 24위에 올랐다. 15주 연속 진입이라는 자체 신기록을 세웠다. ‘글로벌 200’ 차트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5위에 자리하며 상위권을 지켰다.

그러나 피프티 피프티의 활동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그룹은 오는 20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바비>의 OST ‘바비 드림스’에 참여해 화제가 됐지만 이번 분쟁으로 인해 뮤직비디오 촬영이 사실상 무산됐다. 오는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 예정인 ‘KCON’, 1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한·영 수교 140주년 기념 공연에도 서지 못하게 됐다. 이 밖에 국내 인기 예능 프로그램, 대기업 광고 스케줄도 줄줄이 취소되는 등 피프티 피프티가 당분간 국내외 팬들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때 ‘여자 방탄소년단(BTS)’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했던 그룹이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극적으로 양측이 합의에 성공해 그룹 활동을 재개한다 해도 분쟁 과정에서 입을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 피프티 피프티가 ‘원 히트 원더’(한 곡만 크게 흥행하고 사라진 가수)가 되지 않겠냐는 예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그룹 피프티 피프티. 어트랙트 제공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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