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시중은행 나온다, 황병우 대구은행장 "은행권 메기될 것“
기존 은행들 외면한 4~6등급 집중···충청·강원권 진출도
준인터넷전문은행 추진···”디지털·PRM으로 생산성 제고“
“지방은행 디스카운트 넘어 은행권 메기로”
DGB대구은행은 6일 오전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제1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중은행 전환 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 등장을 예고한 것이다. 대구은행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이슈가 점화된 지난 3월부터 전환 인가 요건과 사업 타당성을 검토해왔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은행권 경쟁촉진 방안의 일환으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가 적극 제시했기 때문이다.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시중은행급의 재무구조와 신용도를 갖추고 있지만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받고 있는 불합리한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은행권 경쟁 촉진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강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대구·경북지역에 더 두터운 지원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방은행 디스카운트’는 지방은행들이 시중은행에 비해 돈을 끌어오는 조달비용이 비싼 반면 기업가치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대구은행의 신용등급은 ‘AAA’로 KB국민·신한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과 같지만 현재 조달금리 수준은 시중은행 대비 선순위채권 4bp(1bp=0.01%포인트), 순위채권·신종자본증권은 21~25bp씩 높다.
황 은행장은 “대구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으로 전국에서 창출한 이익과 자금을 대구·경북 지역에 재투자하는 지역경제의 동반자로 거듭나겠다”며 “당분간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중소기업 금융을 토대로 성장하고 시중은행 전환 이후에 얻는 브랜드 효과 등을 콜라보해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금융 강점 “금리 혜택·금융사각지대 해소”
중소기업금융·중금리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금융소비자들은 금융사각지대 해소 및 추가적인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시중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층이 1~4등급에 집중됐다면, 대구은행은 4~6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경제 모세혈관 역할도 수행해 수도권이나 지방은행이 없는 강원권, 충청권에도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은미 대구은행 경영기획본부장은 “조달금리 인하가 소비자 금리 인하로 바로 반영되지는 않지만, 조달비용이 종합적으로 떨어지고 규모의 경제가 생기면 대출금리가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에 비해 떨어지는 체급·경쟁력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준인터넷전문은행’도 추진한다. 충청지역 등 오프라인 영업력 확장과 핀테크와의 협력 등 온라인 성장전략을 함께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대구은행의 고유 영업 기법인 ‘시니어기업금융영업전문가(PRM)’도 활용한다. PRM은 시중은행 지점장을 거쳐 퇴직한 베테랑 은행원들을 기업금융전문가로 삼는 제도다.
황병우 은행장은 “30년 전 시중은행으로 전환했으면 충청지역 진입시 지점을 20~30개는 내야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금융으로 상당히 커버가 가능하다. PRM 등을 활용해 지금 시중은행들이 많은 점포를 가지고 영업하는 것보다 생산성을 높일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기존 시중은행의 경쟁자가 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는 평가도 있다. 대구은행이 중소기업금융·디지털금융을 내세우긴 했지만, 시중은행과 체급차이가 꽤 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구도를 형성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다. 대구은행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1278억원으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중 1위를 차지한 하나은행(9707억원)과 비교하면 7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자산 역시 시중은행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56년간 유지한 ‘지방은행 이미지’를 벗는 것도 과제다. DGB라는 브랜드 파워가 대구·경북 지역에선 강한 로얄티를 형성하지만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시점에선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대구은행은 당장 사명 변경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시중은행과 체급 차이를 극복하고 브랜드 인식을 전환하는 작업은 모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시중은행도 디지털사업·기업영업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무늬만 시중은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은실 (yes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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