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환 제조기로 마약환 뚝딱…2만명 투약분 제조·유통 일당 검거

김지성 기자 2023. 7. 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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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서울용산경찰서 지난 3일 엑스터시, LSD, 액상대마 등 마약류를 제조·유통한 일당 8명을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경찰이 압수한 마약류 등. /사진=김지성 기자

10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제조·유통, 운반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서 마약류를 가루 형태로 들여와 국내에서 완제품을 만든 뒤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원식 서울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은 6일 "엑스터시, LSD, 액상대마 등 마약류를 제조·유통한 A씨(28) 등 4명과 이들이 유통한 마약류를 시중에 운반한 P씨(26) 등 운반책 3명, 매수·투약한 L씨(38) 등 8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이 가운데 제조·유통책과 운반책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을 검거해 수사하는 과정에 주거지와 은신처, 차량 등에서 엑스터시 가루 2845.4g과 정제 395정, 액상대마 717.7ml, LSD 946탭 등 2만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10억1800만원 상당의 마약류를 압수했다.

엑스터시는 향정신성 약품으로 필로폰보다 가격이 싸지만 환각 작용은 3~4배 강한 마약류다. 알약 형태로 돼 있어 투약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SD는 강력한 환각제의 하나로 종이에 그림으로 인쇄돼 판매된다. 주로 종이를 핥거나 경구 투여를 하는 방식으로 투약한다. 소량으로도 코카인의 100배, 필로폰의 300배에 달하는 환각·환청 효과를 내는 마약류다.

이번 검거 과정에서는 이례적으로 가루 형태의 마약을 알약 등 환 형태로 만드는 제조기도 압수됐다. 박 형사과장은 "마약류를 알약으로 들여오면 공항 세관에서 확인이 되기 때문에 분말 형태로 들여와 제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본래 이 제조기는 쑥 같은 것을 환 형태로 뭉치기 위해 건강원 등에서 쓰는 목적"이라며 "이를 엑스터시 제조 목적으로 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용산경찰서는 지난 5월 '심야에 수상한 사람이 집 담에 무언가를 두고 갔다'는 시민 제보를 토대로 수사를 시작했다. 담에서 발견된 물건이 액상대마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경찰은 은닉한 운반책을 추적하는 한편 해당 액상대마를 찾으러 온 매수자 L씨를 검거했다. 이어 운반책의 이동 동선을 추적한 끝에 지난달 12일 수도권 인근 은신처에서 P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P씨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유통하지 못한 다량의 LSD 등 마약류를 발견하고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마약류를 받아온 장소를 확인했다. 이를 은닉한 상선 유통책을 추적해 A씨 등 4명의 제조·유통책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들은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 오자 추적을 피해 도피하다 순차로 검거됐다.

박 형사과장은 "검거 과정에 LSD가 1000탭 가까이 발견됐는데 이는 지난해 서울지방경찰청 전체 압수량보다 많은 양"이라며 "압수한 양을 보고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돼 마약수사팀뿐 아니라 강력팀 등 형사과 35명 전인력을 투입했고 그 결과 운반책 구속 16일 만에 제조·유통책까지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유통한 마약류는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모집된 P씨와 같은 운반책들에 의해 곧바로 회수되고 회수된 마약류는 판매 가능한 소량으로 재분배돼 수도권 일대 매수 투약자들에게 '던지기 방식'으로 유통됐고 가명의 무통장 입금 방식으로 판매돼 막대한 범죄수익을 창출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제조·유통책이 마약류 밀반입과 텔레그램 대화방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정황을 포착하고 아직 검거되지 않은 상선과 운반책, 매수·투약자들을 검거하고 범죄수익금의 향방을 추적하는데 수사에 총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박 형사과장은 "이들은 텔레그램에서 '1도 2부 3변'이라고 해 1번 도망, 2번 부인, 3번 변호사 선임이라며 경찰 수사 대응 방법을 공유하고 잡히지 않을 것처럼 현혹하고 행동했다"며 "이번 사건은 마약류 제조, 유통뿐 아니라 고액 알바비를 보고 운반책으로 일하면 반드시 경찰에 검거된다는 것을 사례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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