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래 뱃속에 '7억 로또'…용연향 뭐길래 "살 사람 구해요"

[클랫섭카운티=AP/뉴시스] 지난 1월15일(현지시간) 미 오리건주 클랫섭 카운티 해안에서 국립해양대기청(NOAA) 관계자들이 떠밀려온 향유고래 사체를 부검하고 있다. 2023.01.17.

죽은 향유고래의 뱃 속에서 고래 체내 침전물인 '용연향'이 발견돼 화제다. 용연향은 예부터 희귀한 향수·항료 재료로 주목받는 물질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라팔마 섬에 향유고래(sperm whale)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된 가운데 이 고래의 장 부분에서 50~60cm 크기의 돌덩어리가 나왔다. 울퉁불퉁한 모양에 무게가 9.5㎏에 이를 정도로 묵직했다.

알고보니 이는 '바다의 금'으로도 불리는 용연향이었다. 그 가치는 약 50만유로, 우리 돈 7억여원에 이르는 걸로 전해졌다. 용연향은 향유고래 100마리 중 한 마리 정도가 만들어낼 정도로 희귀하다.

이를 발견한 라스팔마스 대학교의 안토니오 페르난데스 로드리게스 동물건강-식량안보 연구소장은 "고래의 사인이 소화장애인 것으로 보여 대장을 검사했다"며 "돌을 들고 해변으로 돌아왔을 때 누구도 그게 호박색인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용연향은 향유고래가 섭취한 문어·오징어류가 체내에 쌓이고 서로 뭉치면서 돌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진다. 매체에 따르면 향유고래는 상당량의 오징어류를 삼키지만 대부분 소화하지 못하고 토해낸다. 다만 일부는 장에 남아 굳으면서 용연향이 된다.

용연향 대부분은 고래 몸 밖으로 배출돼 바다 속을 떠다니고, 그러다 사람이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체내에 오래 남아 너무 커지면 향유고래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도 생긴다.

갓 만들어진 용연향은 배설물 냄새가 난다고 한다. 그러나 바다 속을 떠다니며 은은한 특유의 향기를 갖게 되고 이에 향료나 향수 등의 값비싼 원료로 사용돼 왔다.

해당 연구소는 용연향을 살 사람을 찾고 있다. 그 대금은 2021년 라팔마섬 화산 폭발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고 지원하는 데 쓴다는 계획이다.

다만 가디언은 "미국과 호주, 인도 등은 고래사냥을 금지하기 위해 용연향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