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번째 기후소송 제기…“탄소중립계획, 법정 목표 미달”

남종영 2023. 7. 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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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담은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탄소중립계획)의 미흡한 기후대응 목표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의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2020년 청소년 19명이 '청소년 기후소송'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엔 태아∙어린이 62명이 '아기 기후소송' 제기하는 등 앞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4건의 헌법소원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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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기후소송 중]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정치하는 엄마들 헌법소원
“2030년까지 35% 줄이도록 한 탄소중립법에 위반”
“국민·미래세대 생명권·건강권·평등권·환경권 등 침해”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가 6일 ‘제1차 국가 탄소중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기에 앞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제공

2030년까지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담은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탄소중립계획)의 미흡한 기후대응 목표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의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국내에서 다섯번째로 진행되는 기후위기 관련한 헌법소원이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와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6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조처를 하지 않음으로써, 국민과 미래세대의 생명권, 건강권, 평등권, 환경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탄소중립계획이 ‘2018년 대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35% 이상 감축하라’고 규정한 ‘탄소중립기본법’을 지키지 않았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4월 확정된 탄소중립계획을 통해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7억2760만t을 40% 줄여 2030년 순 배출량 4억3660만t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헌법소원을 제기한 두 단체는 “2018년은 총배출량 기준을 쓰고, 2030년은 순배출량 기준을 썼다”며 “둘 다 총배출량 기준으로 비교하면 29.6%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이산화탄소로 환산된 배출 총량을 가리키고, 순배출량은 여기서 국내외 숲 조림이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만큼 뺀 것이다.

이들은 계획에 따르면 한국이 쓸 수 있는 탄소예산 또한 각각 2024년(1.5℃)과 2028년(1.7℃)에 초과함으로써, 기후위기의 책임을 미래세대에 전가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탄소예산은 산업화 대비 지구온도 상승치를 특정 온도 이하로 묶어두기 위해 인류가 쓸 수 있는 탄소량을 말한다.

또 탄소중립법에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라고 규정했음에도, 이번 계획에 2031년 이후 연도∙부문별 목표가 들어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아울러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주면서 이를 국제감축과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로 상쇄하도록 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도 내놓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았다.

이번 소송은 국내에서 제기된 5번째 기후소송이다. 2020년 청소년 19명이 ‘청소년 기후소송’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엔 태아∙어린이 62명이 ‘아기 기후소송’ 제기하는 등 앞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4건의 헌법소원이 제기된 바 있다.

영국 런던정경대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의 2023년 보고서를 보면, 지난 1년(2022년 6월~2023년 5월) 동안 세계적으로 190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기후소송은 환경운동의 상징적인 행위에서 국가 정책을 바꾸는 실질 수단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하는 김영희 변호사는 “현재 우리가 기후위기에 처했다는 과학적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우리의 감축 목표가 미흡하다는 것은 서로 연결돼 있다”며 “그간의 헌법소원과 병합해서 헌재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2일 ‘현행 탄소중립법과 시행령의 낮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래세대에 부담을 줘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위헌 의견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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