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치료 개복술이 더 좋다고?" MD앤더슨 연구 뒤집겠단 서울대병원 교수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아직 젊지만 훗날 '명의(名醫)'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차세대 의료진을 소개합니다. 의료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질환과 치료 방법 등을 연구하며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젊은 의사들에 주목하겠습니다.
김희승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MD앤더슨 암 센터의 연구 결과를 뒤집기 위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124명 대상자를 모집했고 올해 1차 임상 결과가 발표된다. 김 교수는 수술 기법이 아니라 암을 제거하는 방식이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술 강국인 대한민국 의료진 한 사람으로서 미국 임상 시험 결과가 반드시 옳은 게 아니고,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분명히 말하고자 한다"며 최소침습 수술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자궁경부암 환자 치료와 연구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의료진이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로 걸린다. 유일하게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암이다. "병원만 열심히 다니면 대부분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그럼에도 뒤늦게 증상을 느끼고 자궁경부암을 진단받는 환자가 발생한다. 김 교수는 "젊은 여성 환자를 검진했는데 4~5㎝ 암이 발견되면 '이렇게 될 때까지 병원 안 가고 뭐 했느냐'고 타박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면서도 "중요한 건 증상이 발생한 시점이다. 여성은 생식기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대체로 증상이 시작된 시점을 파악한다"고 말했다.
그는 똑같은 암 병기(1기~말기)라고 해도 증상을 느낀 지 2~3년이 지났느냐, 2~3개월밖에 안 됐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후자는 암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 수술해도 재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수술로 자궁을 제거한 후에도 보이지 않는 암 조직이 질이나 골반 벽에 남아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전체 자궁경부암 재발 환자 100명 중에서 20명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환자는 질 주변으로 국소적으로 재발한 암을 제거하기 위해 방광, 장, 질을 모두 적출하는 '골반 내용물 제거술'을 받는다.
이 수술을 시행하면 환자 2년 생존율이 50%가량 된다. 방광과 직장, 항문을 제거해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다. 그런데 자궁경부암 재벌 범위가 골반 벽까지 침범하면 골반 내용물 제거술조차 받기 어렵다. 통증이 극심하기 때문에 환자는 사망까지 하루하루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런 난치성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수술이 독일에 있다는 걸 발견한 김 교수는 2014년 연수를 떠났다. 한국에 돌아온 뒤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쳐 13시간 이상 걸렸던 고난도 수술을 해냈다. 그는 "매일 울면서 호소하던 극심한 골반 통증이 완전히 없어져 행복하게 사는 환자가 지금도 종종 외래에 오면 늘 감사하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이처럼 고난도 수술로나 치료가 가능했던 난치성 재발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희망이 생겼다.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지속성, 재발성 및 전이성 자궁경부암 1차 치료제로 국내에서 허가받았다. 김 교수는 키트루다의 등장을 두고 "자궁경부암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고된 수술을 통한 치료 효과보다도 더 나은 결과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키트루다 허가 전 자궁경부암 환자는 전통적인 화학 항암제 치료를 받았다. 그나마 2014년 표적항암제 '베바시주맙'을 더한 병용요법이 도입되면서 평균 생존 기간이 3~4개월 늘었다. 베바시주맙 사용 이후 암이 재발한 환자에게서는 달리 손 쓸 방도가 없던 상황이었다.
키트루다와 화학 항암제 병용요법 치료를 받은 환자의 생존 기간 중앙값은 28.6개월이다. 2년을 넘어 30개월 넘는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치료법과 비교해 환자가 1년 넘게 더 살 수 있는 것이다.
자궁경부암 중기로 진단받은 36세 여성 환자 사례가 소개됐다. 자궁경부절제술 이후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했지만 암이 재발한 사례였다. 질로 소변이 나오는 방광-질 누공으로 일상생활이 매우 어려운 환자였다.
김 교수는 "아이를 한창 키워야 할 젊은 나이에 질과 방광 문제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였다. 환자 입장에서는 암을 치료해 얼마만큼 살 수 있냐가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살아가느냐' 문제도 매우 중요한 상황이었다"며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사용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치료를 6회 시행했더니 골반 안쪽 종양과 방광-질 누공을 형성한 종양이 사라졌다"며 "8시간에 걸친 종양 제거술로 방광-질 누공 교정술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인터뷰 날 기준) 소변 잘 보시고, 웃으며 아기를 안고 퇴원했다. 향후 키트루다 단독 유지요법을 2년간 유지할 계획이다"고 했다.
김 교수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하루라는 짧은 시간을 드리는 것, 이것이 환자 삶의 질을 높이려고 의사가 피나게 노력하는 이유이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 환자를 향해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살 기회조차 없다. 요즘은 수술 방법도 발달하고 약도 정말 좋아졌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치료받으셔야 완치의 기회가 생긴다"고 당부했다.
[프로필]김희승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1996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2002년 동대학교 병원에서 인턴을, 2003년부터는 산부인과 전공의로 근무했다. 2015년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진료조교수를 거쳐 이후 임상조교수, 현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학교실 기금교수를 맡고 있다. 2021년부터 대한부인종양학회 사무총장직을 수행 중이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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