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를 보는 법 [박일한의 住土피아]

2023. 7. 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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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 발주처, 시공사 모두의 책임
시공사에 너무 가혹하다 의견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설계, 시공, 감리 등 어느 한 곳이라도 주어진 책임을 다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GS건설의 전면 재시공 결정, 왜 이 지경까지 와야 했는지 통탄할 따름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월 말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 현장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말입니다. 국민들 누구나 공감할 만한 말입니다. 1666가규 규모 아파트 대단지를 우리나라 최대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대기업인 GS건설 참여해 짓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입주 후 사고가 났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대기업이 이 정도인데 다른 아파트 공사 현장은 어떨지 불안합니다.

원 장관의 말은 예상대로 화제가 됐습니다. 수많은 언론이 그의 말을 기사화했습니다. 그런데 독자들의 반응은 예상과 좀 다릅니다. ‘공감 한다’는 반응보다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큽니다.

“국토부는 뭐 한 거야? 남 탓만 말고 책임 있는 발언 좀 하시길..”, “건설사만 탓할게 아니라, 발주처는 무엇을 했냐!”, “심의위원, 공무원들은 책임안지냐!”, “국토부장관이 총책임자다.” 같은 댓글이 훨씬 더 많이 달리고 있네요.

누군가는 “‘유체이탈화법’이 여기서도 나타났다”도 했습니다. 이번 붕괴사고는 공사를 발주하면서 비용이 덜 드는 ‘무량판 구조’를 적용하고, 부실한 설계서를 승인한 LH도 책임이 큽니다. LH는 국토부가 직접 관리하는 국내 최대 공기업입니다.

홍건호 건설사고조사위원장(호서대 교수)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특별점검 및 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무량판 구조는 애초에 원가를 줄이는 목적의 ‘원가절감형’ 공법입니다. LH가 2017년 일반 지하주차장보다 주차폭을 10cm 넓힌 ‘LH형 무량판 지하주차장 구조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나름 자랑스러운 기술입니다.

그런데 이 구조는 ​기둥 접합부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습니다. ‘내력벽’이나 수평 기둥인 ‘보’가 없어 수평 하중에 취약해 사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지난해 1월 붕괴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도 무량판 구조였습니다.

이번 건설사고조사위원회 특별점검 결과에 따르면 검단 안단테 자이의 지하주차장 무량판 구조는 모든 기둥(32개소)에 철근(전단보강근)이 필요했습니다. 수평 하중이 취약해 위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LH는 기둥 15개에 철근을 적용하지 않은 구조설계를 승인했습니다.

GS건설은 이런 부실한 구조설계를 따라 시공하면서 철근 4개를 추가로 빼먹었습니다. 시공사는 단순 실수라는 입장입니다. 시공 과정에서 어떤 접합부엔 철근이 들어가고, 어떤 접합부는 들어가지 않으니 혼선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GS건설은 사과문을 통해 이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비록 이번 프로젝트가 대다수 프로젝트와 달리 당사가 설계를 직접 발주한 것은 아니지만 설계사가 가장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실수를 범했을 때 ‘무량판 구조인 이상은 어떤 형태를 취하더라도 무조건 보강근(철근)을 더하여 시공한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음에도 보강근이 결여된 이례적인 설계에 대해 크로스체크 등을 통해 완벽하게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간접적으로나마 GS건설의 심정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잘못된 설계를 꼼꼼히 확인해 대응했어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못한 부분을 사과한 겁니다. 몇몇 네티즌들이 공격하듯 건설사가 돈을 더 남기려고 고의로 철근을 빼먹은 상황이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감리업체들이 설계 도면을 확인하고 승인하는 과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김규철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기자 설명회에서 사고의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 “설계서 작성은 설계사가 하는 것이고, 설계서 검토와 제안 대시는 발주처와 시공사가 공동으로 관여가 돼 있다. 설계서 승인은 발주처서 최종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정말로 이번 사고는 원 장관의 말처럼 설계, 시공, 감리 등 모든 부분이 잘못된 게 원인이었다는 겁니다. 그 책임은 당연히 모두가 져야 합니다. 국토부 장관이 업체를 상대로 호통만 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국토부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합니다. 주무 담당 장관으로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어야 합니다.

건설업계에선 ‘사고가 나면 시공사에게만 너무 가혹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GS건설은 이번 사고로 인해 아파트 단지 전면 재시공 등으로 1조원 이상 손실이 난다고 합니다. 주가도 계속 빠지니 손실이 더 커지는 분위기 입니다.

이번 사고는 좀 달랐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와 발주처, 시공사, 감리업체 등 모두 공정하게 잘못한 만큼 책임을 지길 바랍니다. 그래야 제대로 대책이 나오고 각자 위치에서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할 수 있습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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