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컨설팅을 쓰지 않는 이유 [PEF썰전]
김수민 (UCK파트너스, 대표이사)
제가 과거 칼럼에서 컨설팅과 PE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둘은 본질이 달라도 너무 다른 사업이라서 비교하는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일수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시간을 들여서 그 글을 쓴 이유는 (1) 컨설팅회사들이 PE고객 대상 컨설팅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면서 PE와 컨설팅의 접점이 점점 많아지고, (2) 두 산업간 인력의 공유가 매우 활발하기 때문입니다. PE 프로페셔날들 중 컨설팅 출신들이 상당수 있고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PE업을 시작하기 전 Bain & Company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저도 물론 그 중에 한 사람입니다.
오늘 주제와 관련해서 UCK파트너스에 대한 두 가지 시장의 평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 포함 파트너 3명이 전부 컨설팅 경력을 가진 컨설팅 출신들이 만든 PE라는 것과, 그런데 정작 컨설팅을 전혀 쓰지 않는 PE라는 두가지 입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UCK에 컨설팅 출신이 많아서 내부 컨설팅 조직이 있어서 컨설팅을 안쓴다거나 아직 펀드 규모가 작아서 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안쓴다고도 오해를 합니다. 그런데 둘 다 사실이 아닙니다. UCK의 16명 투자팀원들 중 컨설팅 출신은 2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요즘 LP기관들도 예전과는 달리 컨설팅을 쓰는 것에 대한 반감이 없어졌기 때문에 굳이 GP입장에서 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컨설팅을 쓰지 않을 이유도 없습니다. 투자회사 비용으로 컨설팅을 하게되면 엑싯 시점에서는 일회성 비용으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왠만한 규모의 회사라면 비용 자체가 큰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UCK가 컨설팅을 쓰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고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이해관계 불일치
PE운용사와 컨설팅회사는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제 칼럼에 여러번에 걸쳐서 말씀 드린것처럼 저는 PE업의 핵심 중에 핵심이 이해관계의 일치(alignment of interest)라고 생각합니다. PE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인 투자회사의 거버넌스 업그레이드 방식도 우리가 이제 대주주니까 우리 말을 잘들어라는 강압적인 방식은 절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PE주주가 원하는 그림과 방향성에 대해서 회사에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주고 거기에 맞춰 인센티브 제도를 설계해서 주주와 경영진과 직원들이 한방향을 보고 달릴 수 있도록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PE의 목표는 회사를 잘 운영하고 잘 엑싯해서 높은 투자 수익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투자한 시점 대비 엑싯하는 시점의 기업가치 상승폭이 PE의 성과를 결정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가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은 그대로 두거나 더 잘하게 도와주고, 회사가 부족한 부분에 변화를 주고 보완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바이아웃 경험이 부족한 PE들이 많이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회사가 잘하는 부분까지 건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회사가 그동안 경영되어온 역사와 배경에 대한 깊은 고찰과 이해 없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부분만을 지적하면서 경영진과 종업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것도 큰 실수입니다.
컨설팅회사의 목표는 단기간에 프로젝트를 더 많이 팔아서 용역수수료 매출을 극대화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가 못하고 있는 것을 최대한 들추어내어야 합니다. 실사를 해봤더니 회사가 잘 운영되고 있어서 딱히 손댈것이 없다던지, 손댈것은 있어도 그 분야가 컨설팅회사가 도와줄 영역은 아니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컨설팅회사 입장에서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 되고 인사고과를 잘 못받게 됩니다. 물론 회사가 잘못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잘하고 있는것도 못한다고 하거나 바꿔야 한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컨설팅 회사의 사업적인 인센티브가 너무 강하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이슈는 컨설팅 프로젝트에서 자문한 방향대로 회사가 실행해서 문제나 사고가 생길 경우 컨설팅회사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000년대 초반 모 글로벌 컨설팅회사가 국내 굴지의 가전 대기업에게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려면 시간이 한참 더 걸릴테니 스마트폰 보다는 피쳐폰 사업에 더 집중하라고 한 자문했고 회사가 그 자문을 그대로 실행한 결과 이후 20년간 그 대기업의 기업가치가 수십조원 증발했다는 얘기는 너무나 잘 알려진 유명한 스토리입니다. 그 컨설팅회사는 주주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계속 번창해갔고 당시 그런 의사결정을 내린 경영진 역시 그 이후 큰 문제 없이 커리어를 계속 이어나갔을것으로 생각됩니다. 결국 피해를 본것은 주주들밖에 없는 것이죠.
대기업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 어느정도 넘어갈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만일에 PE가 투자한 회사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회복불가능한 재앙이 됩니다. 이런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PE의 목표인 엑싯가치 극대화에 이해관계가 얼라인 된 사람이 회사를 진단하고 솔루션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인센티브 구조는 컨설팅회사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구조입니다.
기업가치 개선에 대한 전문성 결여
PE가 바이아웃한 회사의 기업가치를 올리는 방안에는 지난번 칼럼에서 말씀 드린것처럼 크게 (1) 가격 아비트라지, (2) 재무 아비트라지, (3) 거버넌스 아비트라지, (4) 운영 아비트라지가 있습니다. 그 중 가격, 재무, 거버넌스 아비트라지를 실현하는데는 컨설팅회사가 딱히 기여할 부분이 없습니다. 그 중 컨설팅 업무와 연관지을수 있는 분야를 굳이 고른다면 운영 아비트라지 정도입니다. 그러나 회사의 운영체계를 개선해서 EBITDA나 멀티플을 높이는 것은 컨설팅회사에서 전문성을 가진 분야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회사의 운영을 근원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멋있는 전략 프레임워크을 제시하거나 복잡한 분석을 하는 것보다는 조직의 역량을 정확히 진단하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영입하고 기업가치에 가장 중요한 요소를 기반으로 평가체계와 KPI를 재정비하는 일들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작업들은 몇주나 한두달에 되는것이 아니라 수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작업이고 비용 부담 때문에 컨설팅 프로젝트를 그렇게 길게 할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컨설팅회사 직원들 중에 일반기업, 특히 PE가 인수할법한 중견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컨설팅회사에서 잘나가는 직원들 중 상당수가 엘리트 코스를 밟고 학교를 졸업한 후 평생 컨설팅회사에서만 커리어를 쌓은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적구성이 취약한 중견기업의 조직을 정확히 진단하고 적용가능한 솔루션을 제시하는것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이 약합니다. 반면 프레임워크를 써서 생각을 잘 정리/커뮤니케이션하고 뛰어난 지적 능력으로 복잡한 분석를 하는것에는 분명히 강점이 있기 때문에 대기업 대상으로 장기적인 전략 수립을 하는 프로젝트에서는 탁월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운용사 투자팀원들의 커머셜 근육 약화 우려
제가 컨설팅을 쓰지 않는 또다른 중요한 이유는 우리회사 투자팀 직원들의 커머셜 근육을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바이아웃 투자를 함에 있어서 투자팀 직원들이 갖추어야할 핵심역량 중 하나가 회사의 사업, 고객, 시장을 이해하고 투자 이후 어떻게 회사의 가치를 개선할것인지에 대한 Value Creation Plan(VCP)를 수립하는 것입니다. 물론 재무, 회계, 법률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제 생각에 그 부분이야말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그때그때마다 적절하게 아웃소싱이 가능한 분야입니다. 투자 검토 단계의 사업실사(Commercial Due Diligence: CDD)부터 투자 후 경영 진단과 개선 방안 수립 업무를 전부 컨설팅회사에 맡기게되면 PE운용사의 투자팀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그 부분에 머리를 덜쓰고 고민을 하지 않고 컨설팅 회사의 리포트에 의존하게 됩니다.그러다보면 투자팀 직원들이 투심위나 LP들이 던지는 간단한 질문조차도 컨설팅회사의 도움 없이는 답을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직원들이 스스로 고민해서 답을 내기보다는 컨설팅 회사 리포트를 copy & paste하는 것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운동을 하지 않아서 근육이 다 빠진 사람처럼 될 수 있습니다. 하물며 그 근육이 가장 중요한 근육이라면 더 문제가 크겠죠. UCK에서는 투자팀 직원들이 직접 시장을 전망하고, 고객들 목소리를 들어보고, 경쟁사를 분석하고, 회사의 역량에 대한 진단과 판단을 내리는것을 원합니다. 그래야지만 커머셜 센스가 길러지고 시니어가 되었을때 사업과 조직을 제대로 보고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할수가 있습니다. 저는 제 의견과 저희 회사의 철학을 말씀 드리는것이고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투자 대상회사의 업종과 조직 역량, PE사가 애초에 그려놓은 투자 논거(Investment Thesis)의 내용, PE사의 인력구조, 투자전략, 경영철학에 따라 컨설팅의 활용정도와 방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컨설팅은 어떨때 써야하는가
제가 오늘 드리는 말씀이 제가 10년 넘게 몸담았던 경영 컨설팅 산업과 컨설팅 서비스에 대한 전면적인 불가론이거나 무용론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내가 잘 이해가 안가고 모른겠다는 이유로 무작정 “전문가”인 컨설팅에게 맡기기 보다는 스스로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것과, 컨설팅을 썼을때 도움이 되고 안되는 상황을 잘 구분해서 써야 컨설팅의 가치를 제대로 누릴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것입니다. 그리고 펀드출자자들에 대한 선관 의무를 가진 GP입장에서 잘못된 컨설팅 방향성 때문에 투자회사의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서는 반드시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설팅의 효과와 효용이 클 수 있는 상황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 아래와 같은 상황과 주제라면 컨설팅 프로젝트가 GP의 기업가치 개선 활동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1) 나에게 강력한 가설이 있지만 내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내 생각을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포장을 해야 하는 경우: 주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해야하는 경우에 해당됨.
(2) PE의 투자논거 중 중요한 부분이 운영적인 측면보다는 큰 전략적인 이슈인 경우: 조직진단이 필요없고 외부 리서치가 컨설팅회사의 중요한 업무일 경우에 해당됨.
(3) 글로벌 경쟁사들을 심층 벤치마킹을 해야하는 경우: 단 이 경우에는 해당 컨설팅회사의 그 산업과 주제에 대한 글로벌 전문성과 네트워크가 확실하게 검증되어야 함.
그리고 컨설팅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면 프로젝트 오너나 프로젝트 챔피언을 반드시 투자회사의 CEO나 고위 임원으로 맵핑할 것을 추천합니다. PE사 직원들, 특히 경험이 많지 않는 중간급이나 주니어 직원들이 컨설팅 프로젝트의 주 커뮤니케이션 파트너가 되면 컨설팅 결과물이 기업가치를 훼손할 리스크가 높아집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컨설턴트 입장에서는 업의 성격상 당연히 회사의 문제점을 들추어내서 더 큰 프로젝트를 수주하는것에 집중할수 밖에 없는데 PE사 직원들이 컨설팅 결과물의 퀄리티나 분석의 정확성, 제기되는 이슈의 중요성을 판단하고 걸러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면 컨설팅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에 대해서 잘 모르고, 마음이 불안하고, 걱정이 많고, 경험이 없는 사람이 프로젝트를 팔기에는 최적의 대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CEO가 프로젝트를 직접 챙기고 컨설턴트를 챌린지 하는 역할을 해야하고 그 테스트를 통과해야 의미있는 컨설팅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물론 CEO가 영업, 마케팅, 조직관리 등 다른 중요한 활동에 쓸 귀중한 시간을 빼서 컨설팅 프로젝트를 감리하는데 써야 하는 것으로부터의 기회비용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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