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22년 전 ‘이해찬 세대’가 있었다

손덕호 기자 2023. 7. 6. 14: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150일 앞두고 나온 '킬러 문항'과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에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 등 '대통령만 빼고' 다 해본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했다.

이해찬 세대로서 겪은 입시는 전혀 딴판이었다.

지금의 고3이 22년 전 '이해찬 세대'처럼 특정한 명칭으로 불리고, 공통된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교육 당국이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150일 앞두고 나온 ‘킬러 문항’과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에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는 방향은 옳으나, 하필 이 시기에 말했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지점에서 살펴봐야 할 22년 전의 단어가 있다. ‘이해찬 세대’다.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 이후인 1970년대생과 1980년대생 정치 성향은 다르다. 정치권 전문가들은 엄밀히 따지면 1982년생과 1983년 사이에 선이 그어져 있다고 본다. 보통은 그 원인으로 2002년 치러진 대선을 꼽는다. 1982년생들은 투표권이 있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고, 이후 일련의 과정 속에서 ‘부채 의식’을 느껴 진보성향을 갖게 됐으나 1983년생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할 게 있다. ‘이해찬 세대’ 여부다.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 등 ‘대통령만 빼고’ 다 해본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했다. 당시 이해찬 장관이 했던 유명한 발언이 ‘하나만 잘하면 대학 간다’였다. 강제 자율학습을 금지했고, 학교서 사설 모의고사도 보지 못하게 했다. 수시 전형이 이때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이해찬 세대로서 겪은 입시는 전혀 딴판이었다. 2002학년도 입시에서 수시 전형은 대학 정원의 30%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정말 뛰어난 특장점이 없으면 수능을 잘 봐야 좋은 대학에 갔다. 언론은 고3 수험생에게 ‘하나만 잘 하면 대학 간다’는 말을 믿고 공부를 안 했다며 ‘단군 이래 최저 학력’이라고 놀렸다. 막상 수능은 만점자가 66명이나 나와 만점을 받아도 서울대 법대에 떨어진 한 해 전과 달리 ‘불수능’이었다. 널뛰기 난이도 논란 때문에 이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6월·9월 모의평가 시험을 실시하는 현재의 체제가 도입됐을 정도다.

혼란 속에 입시를 치른 고3들은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 ‘이해찬’이라는 인물에 막연한 불신을 갖게 됐다. 이름이 비슷한 식품 브랜드 매출이 떨어졌다는 말도 나왔다. 이해찬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가 됐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집권여당 대표를 하며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걸 본 ‘이해찬 세대’는 어떻게 느꼈을까? 최근 여론조사에서 4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20% 수준이지만 30대는 30% 정도인 점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해찬 교육부 장관이 정말 잘못했을까? 당시 마련한 교육 정책은 그 뒤 꾸준히 추진됐다. ‘이해찬 세대’ 당시 대학은 신입생의 70%를 정시로 뽑았는데, 지금은 서울 주요 대학도 40%만 정시로 선발한다. 심지어 보수 정당에서도 수능 위주의 정시 선발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사교육 이권 카르텔’의 일면이라고 말할 정도다.

길게 보면 방향이 옳고 그르고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지나고 나면 고3 1년보다 더 힘든 일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감수성 예민한 그 시기에는 인생의 모든 것을 건 도전이 대학 입시다. 대입은 쉽게 말하면 서울대 의대 합격자를 제외하면 모두 조금씩은 불만을 갖게 만드는 구조다. 그 불만은 쉽게 제3자에게 돌려지는데, 지금의 혼란은 옳은 정책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비난받기 십상이다.

수능을 150일 앞두고 나온 발언으로 혼란 속에서 대입을 치르는 고3은 내년 4월 총선에서 첫 투표를 하게 된다. 첫 투표에서 정립하게 되는 정치적 성향은 그 뒤 정말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잘 바뀌지 않는다. 지금의 고3이 22년 전 ‘이해찬 세대’처럼 특정한 명칭으로 불리고, 공통된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교육 당국이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