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의 꾸역투, 그래도 이미 8승···KT 외인 투수로 살아남기
KT 웨스 벤자민(30)은 올시즌 새로운 에이스로 기대받았다. 부쩍 구속이 늘어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빼어난 구위를 자랑해 일찌감치 개막전 선발로 낙점받기도 했다.
개막전에서 위력적인 투구로 가볍게 첫승을 신고한 벤자민은 그 뒤 점점 약해졌다. 무실점 경기는 한 번도 하지 못했고 빼어나게 많은 이닝을 끌고 가지도 못한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 4번뿐이기도 하다.
지난해 교체 투수로 입단해 17경기에서 96.2이닝을 던지고 평균자책 2.70을 기록했던 벤자민은 올해 16경기에서 85.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4.32를 기록 중이다. 기록상으로는 지난해에 비해 위력도 줄었다.
그러나 벤자민은 5일 LG전까지 8승(3패)을 수확했다. 고영표(7승)보다 많은 팀내 최다승을 책임지고 있다. 벤자민이 등판할 때 유난히 KT 타자들의 득점 지원(5.44점)이 많기는 하지만 벤자민도 한 번의 휴식 없이 로테이션을 충실히 지켜왔다. 5회 전에 마운드를 내려간 적도 3차례 있지만,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고 꾸역꾸역 막아내왔다. 선발로서 팀 승리 요건을 만들고 내려왔기에 개인 승수도 거둘 수 있다.
무엇보다 벤자민은 LG에 강하다. 첫승을 거뒀던 개막전 상대도 LG였다. 올해 3차례 등판해 3승을 거뒀다. LG전 평균자책은 1.04로 압도적으로 좋다. 올해 KT가 LG 상대로 기록한 3승(3패)이 전부 벤자민의 손에서 나왔다. 선두권의 강팀에게 특히 강한 선발 투수가 있다는 것은 시즌 막바지 KT에게도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벤자민이 던진 85.1이닝을 올시즌 외국인 투수 중 8위에 해당한다. 평균자책이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6월 이후(3.31)로는 외국인 투수 중 6위다.
KT는 국내 선발이 강한 팀이다. 중심 축인 소형준이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는데도 고영표, 엄상백, 배제성이 로테이션 공백 없이 채워주고 있다. 다른 외국인 투수 보 슐서를 일찍 교체해 윌리엄 쿠에바스를 다시 영입한 KT는 5일 현재 7위지만 3위 두산과 2경기 차다. 6월 승률 1위(18승8패·0.692)를 달리며 올라섰는데 6월 이후 벤자민이 등판한 6경기에서 KT는 5승1패를 거두고 있다.
KT가 최하위로 추락했던 시즌 초반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처럼 벤자민도 달을 거듭할수록 기록은 좋아지고 있다. 5.60으로 출발했던 월간 평균자책도 5월 4.26, 6월에는 3.62로 낮춰왔다.
다른 팀에 비해 국내 선발들이 안정된 KT에서는 2021년 후반기의 쿠에바스처럼 특급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 웬만한 외국인 투수는 빛을 내기 어려워진 면도 있다. 올해는 팀 전반적으로 위기로 출발했기에 외국인 1선발로 낙점한 벤자민에게 기대가 더 크기도 했다. 아쉬움 속에서도 벤자민은 그래도 꾸역꾸역 버티며 회복해가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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