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인 폭행·강도 당했는데...병원도 보내지 않은 佛대사관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7. 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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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경미” “시위 큰 관련 없어”
佛 공식확인 거치지 않은 외교부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입장발표
현지 경찰은 이제 막 수사 시작
피해자들 대사관 태도에 분노
“닥치고 진술서 쓰라는 것 같아”
국내병원서 전치 3주 진단받아
알제리계 10대 청소년 나엘(17)의 경찰 총격 사망이 촉발한 이민자들의 분노 시위가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알제리계 청소년 나엘(17)의 경찰 총격 사망이 부른 프랑스 ‘분노 시위’를 틈타 최근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무장강도의 습격을 받은 가운데, 외교부의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4일 매일경제 단독 보도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공항 인근에 위치한 한 호텔 앞에서 한국인 관광객 32명이 탑승한 버스가 무장강도 4인조의 공격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가방을 꺼내기 위해 버스에서 잠시 내렸던 여성과 10대 청소년 등 4명이 공격 대상이 돼 폭행 피해 등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부는 이날 “우리 관광객들이 버스에서 내려서 짐을 찾는 과정에서 복면강도가 가방을 강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이 찰과상과 타박상 등 아주 경미한 상처를 입은 바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프랑스의 폭력 시위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주 경미한 상처”라는 외교부 발표와 다르게 피해자들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당시 무장강도들은 50대 여성 등의 머리를 가로등이나 바닥에 찧고 핸드백 등 금품을 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50대 여성은 기자에게 “귀국 후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에서 CT 촬영 등 정밀검사를 받고 최소 전치 3주 이상의 피해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확한 몸 상태 확인을 위해 MRI 촬영을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A씨는 “머리에 주먹만한 혹이 나고 온 몸에 피멍이 들었다. 통증이 심해 멍석말이를 당한 것 같다”며 “그러나 진술서 쓰는 데 주어진 시간은 5~10분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들 태도가 마치 ‘닥치고 진술서나 쓰라’는 것 같았다”며 “여권을 받으려는 사유에도 폭행 등 피해를 적으려고 했는데 ‘한국 귀국 목적’으로 쓰라고 해서 그렇게 쓰느라 자세한 사건 내용은 설명도 못 했다”고 지적했다.

6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 외교부는 프랑스 무장강도들로부터 강도·폭행을 당한 한국인 관광객들의 피해 정도나 강도들의 시위 가담 여부에 대해 프랑스 현지 경찰 등 국가기관의 공식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언론에 설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3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현안 관련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한 프랑스 경찰은 실제 이들 무장강도가 ‘분노 시위’ 관련자인지 아닌지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막 수사가 시작되는 단계로 당시 무장강도들이 복면과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감춰 신원 파악에도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현지 경찰조사 관련 매일 보고는 없어 구체적 상황은 모르고 △‘시위와 큰 관련 없다’는 설명이 나온 배경은 잘 모르겠지만 정부 당국자로서는 아니며 △피해자 진술서 표현(타박상 찰과상)에 따라 부상 정도를 아주 경미하다고 한 것이지 별 거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프랑스 경찰과 연계해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측은 “프랑스 시스템은 한국과 달라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아 최소 몇 개월은 기본이고 길게는 1~2년 넘게 걸릴 때도 있다”며 “CCTV가 없어서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범행 현장이 시위 발생 지역이 아니었고 시위 전에도 파리 외곽 지역에서는 우발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편이었다”며 “그래서 저희는 이번 범행이 시위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프랑스에서 병원을 가면 최소 1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빨리 여권을 받지 않으면 한국에 못 돌아갈 수도 있다”는 여행사 등 현지 관계자들의 말에 휩쓸려 현지에서 병원도 가보지 못한 채 아픈 몸을 이끌고 억지로 일정을 마쳐야했다고 털어놨다.

대사관 측은 “피해자들이 병원을 못 갔다는 사실은 나중에 여행사를 통해 들었다”며 “정황상 모든 내용을 파악했으면 이상적이었겠지만 주말이었고 긴급여권 발급이었던 만큼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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