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앞선 제련 기술로 니켈 1위 인도네시아 장악"-WSJ

"정제 공정으로 인니 니켈 예금 '잠금 해제'"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 소로와코에 있는 브라질 광산업체 베일의 니켈 광산. 23.03.2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중국이 안정화된 니켈 제련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니켈 매장·생산국인 인도네시아를 선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중국이 갈륨·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제한 조처를 예고한 가운데 각국의 주요 광물 확보를 위한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인도네시아에 최소 3개의 전기자동차(EV) 중심 처리 공장을 설립했다.

여기에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니켈 광석 덩어리를 처리하는 새로운 산업 공장이 포함되며, 한 시설은 포드 자동차와 한국의 포스코홀딩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광석은 전기자동차용으로 다듬어지기엔 까다로운 편이라 주로 스테인리스 스틸 생산용으로 정제돼 왔다.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킨 게 중국 기업의 '고압산침출법'(HPAL)이다. 중국 기업은 이 기술을 수십 년 동안 사용해 왔으나, 극심한 열과 압력을 바탕으로 하는 기술이라 장비 손상이 잦았다.

중국 국영기업의 자회사인 ENFI 엔지니어링은 수년간의 노력 끝에 공장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HPAL을 먼저 개발한 일본 스미토모사(社)보다 월등히 앞선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ENFI는 자사 웹사이트에서 "HPAL 기술의 성공이 기업에 혁신적이었다"며 "이 발전으로 대규모 개발이 가능해졌고, 자원 개발 기회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적었다.

ENFI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 기업들도 숙련된 기술자를 이용해 이 기술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조사기관 우드맥킨지의 안젤라 듀랜트는 지난 4월 "타당성, 승인, 건설 및 커미셔닝 등 일반적인 개발 단계가 기록적인 시간 내에 이뤄졌다"며 "중국은 HPAL을 서양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작 HPAL 기술을 개발한 스미토모사는 타당상 조사 문턱을 넘지 못하며 인도네시아 진출에 실패했다.

인도네시아 국영 비철금속회사 아네카 탄반이 소유한 페로니켈 제련소에서 한 노동자가 니켈 광석을 파헤치고 있다. 11.03.30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WSJ은 "중국은 한때 다루기 힘들어던 정제 공정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의 광대한 니켈 예금을 '잠금 해제'했다"며 "이로써 니켈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을 확립했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니켈이 매장된 국가(2100만톤)이자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35%를 차지한다. 인도네시아는 자국 니켈 산업 육성을 위해 2020년부터 니켈을 원광 형태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대신 자국에 제련소를 지어 니켈 제품 형태로 가공한 뒤 수출하도록 하는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

WSJ은 "이는 중국이 에너지 전환에 중요한 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하고, 미국 기업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미국의 노력에 타격을 준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에너지 공급망을 다양화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은 니켈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은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니켈 산업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필리핀에도 니켈 제련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4월 중국 최대 코발트 정련 업체인 화유코발트가 필리핀에 세 번째 니켈 광석 처리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는 인도네시아에 HPAL 공장 건설 계약을 체결한 화유가 필리핀에도 유사한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