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고래 사체서 꺼낸 10㎏ 돌, 알고 보니 7억원짜리 ‘바다 로또’
스페인의 한 죽은 향유고래 사체에서 무게 10㎏, 가치 7억원에 달하는 용연향이 발견됐다. 용연향은 향유고래 소화기관에서 생성되는 덩어리로, 고급 향수 등의 재료로 이용되지만 채집이 쉽지 않고 희귀해 ‘바다의 로또’로도 불린다.
5일(현지 시각) 스페인 라스팔마스데그란카나리아대학의 동물 건강 및 식량 안보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월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라팔마섬 노갈레스 해변에서 죽은 향유고래가 발견됐다. 향유고래 크기는 길이 13m, 무게 20톤(t)에 달했다.
연구원들은 향유고래가 소화기관 문제로 죽었다고 의심하고 조사를 이어갔고, 소화기관 마지막 부분인 결장 쪽에서 직경 50~60㎝, 무게 9.5㎏의 ‘돌’을 발견했다. 연구원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이 돌을 단지 ‘딱딱한 무언가’라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조사 결과, 이 거대한 돌은 용연향인 것으로 밝혀졌다. 용연향은 수컷 향유고래 창자에서 생성되는 일종의 결석으로, 오징어 입 등 단단한 먹이가 제대로 소화되지 않을 때 만들어진다. 대부분 구토와 대변 등으로 배설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수년간 창자에서 결합해 용연향이 형성된다. 향유고래 100마리당 1~5마리꼴로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라팔마섬에서 채집된 용연향은 가치가 무려 50만유로(약 7억 840만원)에 달한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용연향은 백단향 향 등 몽환적이고 포근한 향을 내고, 향 지속력을 오래 유지하는 성분이 들어있는 특성 때문에 고급 향수 재료로 이용된다. 하지만 채집이 쉽지 않고 희귀해 조향사 사이에서는 ‘바다의 로또’ ‘떠다니는 금’ 등으로 불린다. 미국·호주·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는 향유고래의 무분별한 사냥을 막기 위해 용연향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영국 향수 회사 셰이앤블루의 돔 데 베타 대표는 용연향에 대해 “그 향은 강렬하고 달콤하며 동물적”이라며 “열정, 관능, 성욕을 자극하고 깊은 향을 낸다. 결코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 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기가 피부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했다.
이처럼 인간에게 ‘바다의 로또’로 여겨지는 용연향이 향유고래에게는 죽음을 유발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거대 용연향이 장을 막아 배변 및 가스가 장내에 축적되면서 장폐색이 유발된 것이다. 장폐색은 결국 패혈증으로까지 번져 향유고래 죽음의 원인이 됐다. 안토니오 페르난데스 로드리게스 연구소장은 “용연향으로 인한 패혈증이 고래를 죽였다”고 했다.
한편 용연향을 최초로 발견한 연구소는 이를 판매해 2021년 라팔마섬 화산 폭발 피해 복구 비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연구소는 구매자를 물색하고 있다. 연구소 측은 “판매금이 8억유로(약 1조 1292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힌 화산 폭발 피해자들을 돕는 데 사용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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