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위안화 쇼크 연상” 경기 부진에도 부양책 못 내놓는 中
중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상승)을 막는 동시에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6일 보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자국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금리 인하 수단을 쓸 경우, 약세인 위안화 가치가 더 빨리 추락할 수 있어 손발이 묶였다는 것이다. 위안화 약세는 당장엔 중국의 수출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결국 외화 자금이 빠져나가며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준다. 중국이 위안화 약세와 경기 부진 앞에서 고민에 빠졌다.
◇'2015년 위안화 쇼크’ 연상
지난 5일 중국의 달러 당 위안화 가치는 7.2444위안이었다. 전날(7.2161위안) 대비 0.39% 상승했다. 위안화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달러 당 7.3753위안을 기록하며 15년 이래 가치가 가장 낮았는데, 이 기록에 다시 근접해진 것이다.
위안화 가치는 올해 들어 급속도로 하락했다. 작년 12월 중국의 방역 해제 이후 위안화는 ‘달러 당 7위안’ 밑으로 내려가며 정상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중순 ‘포치(破七·달러 당 7위안 돌파)’가 발생했고, 지난달 말에는 달러 당 7.25위안을 기록하며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약세 방어에 나선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위안화 가치는 4.8% 하락했다. 중국 금융권에서는 증시가 폭락했던 ‘2015년 위안화 쇼크’의 충격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와 경기 부진이 원인
위안화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과의 금리 차이다. 중국은 코로나 이후 미국과 반대로 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렸다. 지난달 20일에도 1년 만기 대출 우대금리를 0.1% 낮췄다. 최근에는 양국 금리 차이가 1.5%포인트(5년 만기 국채금리 기준)까지 벌어지면서 중국에서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 달러로 향하며 위안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더딘 경제 회복도 위안화 약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코로나 방역 해제로 경제 활동이 전면 재개됐지만,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49(50보다 낮으면 경기 수축)를 기록했다. 4월 이후 3개월 연속 50을 넘지 못했다. 5월 청년(16~24세) 실업률은 20.8%로 사상 최고치다. 중국에서 청년 실업률은 본인이 무직 사실을 알리는 방식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실제 중국의 실업률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중국 당국의 내수 확대 기조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예금은 올 1분기에 41% 늘어났다. 중국 주요 도시의 주택 판매는 코로나 이전보다 70% 이상 적을 정도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도 심각한 수준이다.
◇위안화 살리기 나선 인민은행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2분기 정책 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환율의 급격한 변동 위험을 단호하게 방어하겠다”고 했다. 최근에는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을 시장 예상보다 낮게 고시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외화 차입 비용을 높이고, 국유 은행들이 달러 예금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금리 상한 2.8%)하는 등 위안화 가치 방어 조치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위안화가 약세를 벗어나는 편이 이익이다. 중국의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한국 원화 가치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강하게 유입되지 않을 때는 원화가 위안화의 등락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탓이다. 위안화 가치가 유독 빠르게 하락해 중국의 수출을 일시적으로 촉진하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위안화 약세 사태로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는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위안화를 기축 통화로 만들기 위해 위안화 가치 안정화에 주력했지만, 통제가 어렵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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