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변칙 입찰’로 일감 몰아준 OCI 그룹…과징금 110억원
OCI 그룹이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로 총수 일가에 부당 이익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110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OCI 소속 계열사 SGC에너지(옛 군장에너지)가 계열사인 SGC솔루션(옛 삼광글라스)를 부당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0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6일 밝혔다.
OCI는 화학에너지 전문기업으로 2023년 기준 재계 서열 38위(자산총액 12조2000억원) 기업집단이다. 21개 계열사를 거느린 OCI 그룹은 총수인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숙부인 이복영(삼광글라스 계열), 이화영(유니드 계열)이 지배하는 세개의 소그룹으로 나뉜다. 이 사건의 부당 지원행위는 이복영 회장이 지배하는 삼광글라스 계열의 소그룹에서 이뤄졌다.
삼광글라스(현 SGC솔루션)는 삼광글라스 계열 소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다. ‘글라스락’이란 브랜드를 사용하는 유리용기 사업체로 알려져있다. ‘이복영일가->삼광글라스->이테크건설->군장에너지’로 연결되는 지배고리의 꼭대기에 삼광글라스가 위치한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군장에너지(현 SGC에너지)와 이테크건설(현 SGC이테크건설)은 삼광글라스(현 SGC솔루션)가 주력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고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계획했다. 삼광글라스가 군장에너지에 유연탄을 공급하는 사업(유연탄 소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경쟁입찰 과정에서 이테크건설과 군장에너지는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해 삼광글라스의 낙찰을 도왔다. 삼광글라스는 입찰 시행사인 이테크건설과 군장에너지의 지시에 따라 유연탄 공급사가 보증한 유연탄 발열량을 임의로 상향했고,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입찰 운영단가 등의 자료를 받아 입찰에 참여했다.
그 결과 삼광글라스는 군장에너지 전체 입찰 물량의 46%에 달하는 180만t, 1778억원 규모의 유연탄을 공급하는 최대 공급업체가 됐다. 삼광글라스가 이를 통해 얻은 영업이익은 약 64억원, 이로써 이복영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얻은 부당 이득은 22억원으로 추산됐다.
일감 몰아주기 과정 전반에 삼광글라스에 대한 전방위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이테크건설은 석탄 매매 전문가를 채용해 삼광글라스가 입찰 전략을 짜도록 돕는가하면 해외 광산사로부터 안정적으로 유연탄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러시아 수엑(SUEK)사와의 양해각서(MOU) 체결도 지원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내 손익이 악화된 계열사를 다른 계열사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지원하고 사실상 형식적인 입찰을 통해 물량을 몰아줬다”며 “특수관계인들의 소그룹 내 지배력을 유지·강화한 행위를 적발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 고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원행위의 주된 목적이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보다는 삼광글라스의 유동성 위기 해소에 있다는 점과 법 위반으로 인해 취득한 부당이득에 비해 과징금이 크게 또 부과됐다는 점, 지원행위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고발을 하지 않았다”며 “개인 고발의 경우에는 특수관계인이 위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사실이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지 않아 고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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