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장, 기업 부채 위험 간과… 경제 발목 잡을 수 있어”

유병훈 기자 2023. 7. 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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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뉴스

기업들의 부채 위험이 시장에서 도외시되고 있어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자칫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5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올해 고금리가 기업들을 괴롭히기 시작해 너무 많은 부채를 짊어진 부실기업들이 무너졌으며, 일부는 현재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올 들어 5월까지 실리콘밸리은행을 포함한 286개의 미국 기업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매년 같은 기간 중 가장 많다는 통계도 나왔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커질 것으로 생각조차 하지 않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 WSJ의 지적이다.

특히 영국 최대 수도회사 ‘템스 워터’와 같은 부실기업이 언론지상에 오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채권시장의 가장 위험한 분야에서 최고의 투자 성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예컨대 채무 불이행에 가장 근접한 CCC 등급 회사들은 올해 10%의 이자 수익을 냈지만, 안전한 투자 등급인 AA 회사채는 수익률이 2.7%로 최악의 실적을 냈다. 주주들은 소규모 회사들에 주로 관심을 갖고 있고, 대차대조표상으로 가장 취약한 대형주가 오히려 양호한 주식을 능가하는 실정이기도 하다.

고금리에도 미국의 거시경제는 순항 중이다.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는 중에도 강세를 보였고, 경기침체 가능성이 지배적임에도 여전히 침체에 진입하지 않아 오히려 신용도가 가장 취약한 기업들이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어, 부채가 많은 기업을 부양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경제가 발목을 잡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WSJ는 이 같은 사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그룹을 3개로 나눠 소개했다. 우선 위기에 내몰릴 것이 확실한 그룹이다.

팬데믹 이후 호황의 마지막 단계에서 주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초(超)투기적이고 승산 가능성이 없는 회사들이나, 파산했어야 하지만 제로 금리로 겨우 살아나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 회사들이 이 부류다. 또 이류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물론, 시장에 엄청나게 풀린 자금을 활용하고자 급하게 사업계획을 꾸린 많은 다른 기업들도 있다. 이들은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지면 덩달아 무너지게 된다.

지난달 28일 영국 런던에서 쪼개지고 오염된 '템스 워터' 간판의 모습.

두 번째로는 위기까지는 아니라도 우려가 커질 그룹이다. 현금 흐름이 탄탄하지만, 쉬운 돈벌이 시대에 막대한 부채를 쌓은 기업들이 그 대상이다. 상승하는 금리는 부채 상환을 더 어렵게 하고, 꾸준하고 안전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들도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예컨대 영국 전체 인구 중 4분의 1에 수도를 공급하는 ‘템스 워터’는 자금난을 겪고 있고 영국 정부가 일시 국유화를 포함해 여러 비상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템스 워터는 현재 부채 규모가 140억파운드(약 23조원)에 달하며, 원리금 상환자금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서는 부채를 이용한 인수로 성장한 슈퍼마켓 체인(Casino Guichard-Perrachon)이, 미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용 빌딩과 호텔들이 각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회사 대부분이 수익성 있는 핵심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차입금은 최대치에 가까운 반면 수익성은 예상보다 낮아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는 빚이 너무 많지는 않지만 수익에 변동이 심해 생존이 문제시 될 수 있는 그룹이다. 이들은 높은 이자율로 인해 크게 고통받지 않으면서 경제 성장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 고부채 기업보다 상장 가능성이 크지만, 사모펀드들은 이들 기업이 경기에 매우 민감하고 덩달아 부채를 많이 빌릴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WSJ는 장기적으로 더 높은 금리라는 것은 경제적으로 더 많은 자본과 더 적은 부채를 필요로 하거나 기업들로서는 대차대조표 개선을 위해 구조 조정을 해야 하고 덩달아 성장 잠재력을 그르칠 역풍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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