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세움에 이름 새긴 영국 남성, 어처구니 없는 변명

“오래된 유적인 줄 몰랐다”

영국 브리스틀에 거주하는 이반 디미트로프(27)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벽면에 자신과 여자친구의 이름을 적어 훼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의 대표적 유적 콜로세움에 자신과 여자친구의 이름을 새겨넣어 논란이 된 영국 관광객이 “오래된 유적인 줄 몰랐다”고 변명했다.

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브리스틀에 거주하는 이반 디미트로프(27)는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과 로마 검찰에 사과 편지를 보냈다. 그는 이 편지에서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심각성을 이제야 깨달았다며 “전 인류의 유산에 피해를 입힌 일에 대해 이탈리아 국민과 전 세계에 진심으로 사과를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유감스럽게도 일을 저지르고 난 후에야 그 유적(콜로세움)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를 알게 돼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콜로세움의 역사성을 모르고 한 일이라는 취지로 보인다.

콜로세움은 서기 80년에 완공된 고대 로마 원형 경기장이다. 지상 4층으로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과거 검투사들이 상대 검투사 혹은 맹수들과 결투를 벌였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연간 6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로마의 대표 유적이다.

이탈리아 로마의 대표 유적 콜로세움.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3일 디미트로프가 열쇠로 자신과 여자친구의 이름을 콜로세움 벽면에 새기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돼 전 세계적 공분을 샀다. 그는 지나가며 이를 촬영하는 사람에게 얼굴을 돌리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탈리아 국민의 분노가 커지자 문화부 장관이 나서 엄벌을 약속했고, 이탈리아 경찰은 추적 닷새 만에 신원을 확인했다.

디미트로프는 문화유산 훼손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유죄가 확정되면 2500유로~1만5000유로 사이 벌금과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의 여자친구 헤일리는 공범으로 간주될 순 있지만 수사를 받고 있지는 않다.

디미트로프의 변호사 알렉산드로 마리아 티렐리는 ‘일 메사제로’에 “그는 영국에선 엄하게 벌할 수 있는 행위라도 이탈리아에선 뭐든지 허용된다고 경솔하게 믿는 외국인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