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년 전 개설된 대한제국공사관, ‘韓美 외교현장’으로 부활하나
워싱턴 시내 로건 서클 부근의 노스웨스트 13번가 1500번지. 이곳에 ‘주미대한제국공사관(Old Korean Legation)’이란 표지판이 붙은 지상 3층, 지하 1층짜리 벽돌 건물이 있다.
‘조미 수호 통상 조약’ 체결 7년 후인 1889년 2월 조선이 공사관을 개설해 1905년 11월 을사늑약으로 일제에 외교권을 강탈당하기까지 16년 동안 대미 외교의 거점으로 썼던 곳이다.
1910년 일제가 단돈 5달러에 매각한 건물을 2012년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재매입했고, 2018년부터 한·미 관계사를 알리는 관람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그런데 이 공간이 134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외교의 현장’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5일(현지 시각) 이 건물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의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차관보가 들어섰다. 마크 램버트 동아태 부차관보 등 다른 직원들도 함께였다.
대형 태극기가 걸린 고풍스러운 벽 앞 탁자에 앉은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방명록에 “옛 한국 공사관을 방문하게 돼 무척 영광”이라며 “(한미가) 함께 한 긴 역사, 또한 양국과 양국 국민 간 동맹과 우정의 강력한 유대에 감동 받았다. 이는 오늘의 한미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날 크리튼브링크 차관보 등의 방문은 조현동 주미대사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와 국무부 직원들은 조 대사의 안내로 한미 교류의 역사를 정리해 놓은 전시물을 함께 둘러봤다. 양측은 대한제국공사관이 워싱턴 시내 19세기 외교공관 중 원형을 간직한 유일한 건물이란 점이 양국이 소중히 가꿔온 한미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주미대사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함께 대한제국공사관을 방문한 것은 2018년 공사관 개관이래 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주미대사관 측은 “앞으로도 대한제국공사관에 미국 측 고위급 인사들을 계속 초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동맹 70년을 넘어 한미관계 141년의 역사를 담은 대한제국공사관의 의미가 깊다고 보고 미국 측 인사들과의 교류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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