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독립론자’ 여당 총통 선거 후보 “양안 현상 유지” 강조, 왜?
양국 우려 불식···중도 표심도 공략
대만 총통 선거에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로 나선 라이칭더(賴淸德) 현 부총통이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현상 유지 입장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강력한 대만 독립론자로 인식되는 그가 미국과 중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차기 총통에 당선되더라도 독립을 선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라이 부총통은 지난 4일(현지시간) WSJ 기고문에서 “행정원장, 부총통 그리고 현재 총통 후보로서 나는 전임자들과 같은 입장에 있다”며 “평화와 민주적 성과, 양안 현상 유지에 대한 나의 약속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밝혔다. 라이 부총통은 이어 중국의 군사적 행동과 교류 단절로 인한 긴장 고조 상황을 언급하며 “군사적·경제적 어려움이 증가했지만 나의 최우선 과제는 여전히 실용주의와 일관성”이라며 “나는 대만과 국제사회에 최선의 이익이 되는 양안 현상 유지를 지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이 같은 라이 부총통의 기고 내용을 전하면서 그가 차기 총통에 당선되더라도 대만 독립을 선언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라이 부총통이 미국과 중국을 향해 동시에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덧붙였다. 강한 대만 독립 성향을 가진 그가 총통에 당선되면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언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총통 선거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공략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라이 부총통은 과거 스스로를 ‘실용적인 대만 독립운동가’라고 지칭한 바 있다. 대만 안팎에서는 그를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보다 더 강경한 독립론자로 인식한다. 리다정 대만 담강대 교수는 SCMP에 “라이 부총통은 자신의 대만 독립 관련 발언이 총통 선거 레이스에 불활실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며 “자신이 당선되더라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내고 대만의 중립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만이 중국의 지배하에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지만 대만이 양안 전쟁을 유발하는 것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입장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가라앉히는 것이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라이 총통이 현지 언론에 기고문을 게재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왕쿵이 대만국제전략연구회장은 양안 현상 유지를 강조한 라이 총통의 메시지가 대만 독립 시도에 대해 경고해 온 중국을 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라이 부총통은 중국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 대만민중당 커원저(柯文哲) 후보와 함께 3자 구도로 치러지는 차기 총통 선거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1위를 달리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는 내년 1월13일 입법위원 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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