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인종 갈등 온몸으로 해결하던 ‘원조 장타퀸’ 미셸 위 웨스트 웃으며 떠난다

장강훈 2023. 7. 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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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세계화 기치를 들어 올리던 2000년대 중반.

신장은 180㎝에 달했고, 남자 선수와 맞먹을 만큼 장타를 때려내는 한국계 미국인 미셸 위(34·미셸 위 웨스트)는 그렇게 혜성처럼 LPGA투어에 등장했다.

2014년 US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챔피언에 등극하는 등 LPGA투어 통산 5승 따내는 동안 숱한 곡절을 겪은 미셸 위가 정든 필드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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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은퇴를 선언한 미셸 위 웨스트가 6일(한국시간) US여자오픈이 열리는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연습라운드 하고 있다. 페블비치(미 캘리포니아주) | AFP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세계화 기치를 들어 올리던 2000년대 중반. 입맛에 딱 맞는 괴물이 등장했다.

10대에 전미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한 소녀가 공교롭게도 한국인 이민자 2세였다. 신장은 180㎝에 달했고, 남자 선수와 맞먹을 만큼 장타를 때려내는 한국계 미국인 미셸 위(34·미셸 위 웨스트)는 그렇게 혜성처럼 LPGA투어에 등장했다.

인기는 엄청났다. ‘나이 미달’로 초청선수 신분으로 출전한 LPGA투어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 뒤처지지 않는 퍼포먼스를 과시했다. 2005년 맥도날드 챔피언십 준우승, 에비앙 마스터스 공동 2위, 브리티시 오픈 3위 등 16세 소녀의 성적으로 믿기 힘든 실력을 뽐냈다. 나이키, 소니 등 글로벌 브랜드가 앞다투어 손을 뻗었고, 당시 LPGA투어 무대를 평정하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보다 두배 이상 많은 후원금을 거머쥐었다.

미셸 위는 2000년대 중반 LPGA투어의 아이콘이었다. 페블비치(미 캘리포니아주) | AP 연합뉴스


돌아보면, 2020년대 주요 쟁점인 젠더갈등을 가장 먼저 해소하려 애쓴 여자 골프 선수 중 한 명이다. 폭발적인 장타력을 앞세운 미셸 위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성(性) 대결을 펼쳤고,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에도 출전해 당당하게 샷을 했다. 비난 목소리도 많았고, 성상품화 논란도 일었지만 ‘차이와 차별을 구분할줄 알아야 한다’는 젠더갈등의 근원을 몸으로 부딪쳐 알린 인물이다.

2014년 US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챔피언에 등극하는 등 LPGA투어 통산 5승 따내는 동안 숱한 곡절을 겪은 미셸 위가 정든 필드를 떠난다. 그는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반도에 있는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6509야드)에서 막을 올리는 US여자오픈에서 은퇴 투어를 치른다.

현역 은퇴를 선언한 미셸 위 웨스트(오른쪽)가 6일(한국시간) US여자오픈이 열리는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그레이스 김(가운데) 카리 웹 등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페블비치(미 캘리포니아주) | AFP 연합뉴스


‘무서운 10대’ ‘천재 골프 소녀’ ‘기역(ㄱ)자 퍼팅’ 등으로 때로는 아이콘으로, 때로는 비난의 대상으로 시대를 풍미한 그는 “떠날 때를 안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말로 시원섭섭한 은퇴 소감을 대신했다.

뉴욕타임스를 통해 “더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다. 그런 후회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은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는 말로 과거를 묻어두겠다는 뜻을 밝힌 그는 “내가 바라는대로 현역생활을 했다”고 자평했다. “충분히 우승하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다”고도 밝힌 그는 “누구나 ‘나도 더 많은 업적을 이뤘더라면’이라는 후회를 남긴다. 그래서 떠날 때를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현역 은퇴를 선언한 미셸 위 웨스트(왼쪽)가 6일(한국시간) US여자오픈이 열리는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LPGA투어 슈퍼루키로 등장한 로즈 장과 대화하고 있다. 페블비치(미 캘리포니아주) | AFP 연합뉴스


2019년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레전드 제리 웨스트의 아들인 조니 웨스트와 결혼해 딸을 출산한 그는 현재는 남편의 성을 따라 미셸 위 웨스트로 활동 중이다. 파워풀하던 스윙도, 보기에 따라 웃음을 자아내게 한 퍼팅 자세도 사라졌지만 인종과 성차별이 난무하던 필드 위에서 유색인종이자 이민자 2세 여성으로 거침없이 도전하던 모습은 모든 LPGA투어 후배에게 귀감이 됐다.

그와 동시대에 경쟁하던 신지애(35)가 여전한 경쟁력을 과시하며 US여자오픈에 모처럼 출전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앙숙관계처럼 비친 소렌스탐과 한조로 은퇴경기를 치르는 것도 눈길을 끈다. 소렌스탐은 미셸 위가 남자대회에 출전할 때 “LPGA투어에서 우승부터 한 뒤 출전하라”고 독설하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는 않았다.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는 스포츠계 속설을 은퇴한 소렌스탐과 은퇴경기를 치르는 미셸 위가 다시 한번 증명할지, US여자오픈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생겼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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