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윤석열 이중 장부' 확인, 총장 특활비 대해부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 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3년 5개월의 행정소송 끝에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자료 16,735장을 사상 처음으로 공개받아 <검찰 예산감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세금을 오남용한 국회의원 80여 명을 추적해 2억 원이 넘는 세금을 환수한 <국회 세금도둑 추적>에 이은 두 번째 권력기관 예산감시 협업 프로젝트다. - 편집자 주
뉴스타파는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과 지출 증빙자료를 사상 처음으로 입수해 검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료에 남아 있는 정보가 집행 날짜와 액수 등 일견 무의미해 보이는 숫자들뿐이라는 점입니다. 검찰은 특수활동비 자료를 공개하면서 국민 세금을 누가, 어디에, 왜 썼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모두 지워버렸습니다.
각고의 취재 끝에 뉴스타파는 이 숫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고, 이를 해독해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확인했습니다.
검찰 특수활동비 292억 중 절반은 월급처럼 현금 정기 지급
특수활동비 같은 ‘깜깜이’ 예산이 대체 왜 필요하냐는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검찰은 다음과 같은 취지의 답변을 되풀이했습니다. “기밀 유지가 필요한, 특별한 수사를 위해서는 흔적이나 꼬리표가 남지 않도록 현금으로 쓸 수 있는 돈이 필요하다.”
이 주장대로라면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특별한 수사를 진행 할 때, 해당 수사 부서에 ‘비정기적’으로 지급되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검찰의 전체 특수활동비 중 절반 이상은 전국 검찰청에 ‘정기적’으로, 그것도 ‘일정한 비율’에 따라 지급되고 있었습니다. 검찰이 강변해온 특수활동비의 존재 이유를, 다름 아닌 검찰의 예산 자료가 부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정말로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증빙없이 써도 되는 예산 밖의 예산, 딴 주머니 예산으로 특활비를 활용해온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총장 몫 특활비’ 136억, 별도 계좌에서 ‘이중장부’로 관리
검찰 특수활동비의 절반이 일선 검찰청에 정기적으로 내려 보내는 정기 지급분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뭘까요?
뉴스타파 취재 결과, 검찰총장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이른바 ‘총장 몫 특수활동비’였습니다. 일개 행정청의 장에 불과한 검찰총장이 매달 수억 원에 이르는 현금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돈을 관리하는 방식은 더 괴이합니다.
먼저, 검찰은 수억 원에 이르는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별도 계좌’로 옮겨서 보관합니다. 그리고 이 계좌는 ‘두 개의 장부’를 통해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뉴스타파가 총장 몫 특수활동비 전체를 총괄하는 장부와 함께 검찰총장 비서실에서 별도로 작성·관리하는 또 다른 장부를 최초로 찾아냈습니다.
문무일 전 총장, ‘무증빙 특활비’ 최소 2억... 회계 부정 의혹
검찰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확인한 문제점은 오남용, 사적 유용이 너무나 손쉬운 구조라는 사실입니다.
뉴스타파는 검찰총장 몫 특수활동비 장부와 이에 첨부되어 있는 증빙자료를 교차 검증했습니다. 이 단순한 작업만으로도 심각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의 경우 재임 시절, 최소 2억 원에 이르는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아무런 증빙자료 없이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문 총장의 몫 특수활동비 장부 23개월 치 가운데 20개월 치 자료에서 집행금액 총액과 증빙자료의 합계금액이 불일치했습니다.
‘무증빙 특수활동비’를 둘러싸고 비자금, 회계 부정 등의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문 전 총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특별 페이지 <검찰의 금고를 열다>, 검찰 특활비 전체 자료 6,805장 공개
뉴스타파는 1차로 확보한 검찰 예산 자료 가운데, 우선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과 지출 증빙자료 6,805장 전체를 <특별 페이지 ‘검찰의 금고를 열다’>를 통해 공개합니다.
뉴스타파가 약 3년 반의 소송 끝에 얻어내, 한 장 한 장 스캔한 이 자료를 아무 조건 없이 공유하는 것은 사법부의 판결마저 무시하는 검찰의 오만함에 맞서기 위해 시민 여러분의 집단 지성과 언론사 간의 협업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 혈세를 쓰는 곳에 성역은 있을 수 없습니다”
"국민의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여진다면 국민 여러분께서 이를 알고 용납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국가 재정은 투명하고 원칙 있게 쓰여져야 됩니다. 국민의 혈세를 쓰는 곳에 성역은 있을 수 없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의 의견이나 주장이 아닙니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을 그대로 따온 말입니다.
대통령의 말이 전현직 검사들의 이권 카르텔과 예산 오남용, 특히 자신이 검사 시절 사용한 특수활동비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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