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의 전쟁···‘역사상 가장 더운 날’ 기록, 하루 만에 깨졌다
“엘니뇨 정점에 이르지 않았고,
북반구에서 아직 여름이 한창
기록 또 깨져도 놀랍지 않은 일”
기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날’로 나타난 지난 3일(현지시간) 기록이 하루 만에 깨졌다. 또다시 경신된 역대 최고 기온은 그 다음날도 다시 이어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 산하 국립환경예측센터는 4일 지구의 평균 기온이 17.18도로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전날(3일) 평균 기온 17.01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5일 역시 17.18도로 전날과 같은 최고 기록을 거듭했다고 미국 메인대학교의 ‘기후 리애널라이저’가 밝혔다.
이는 1979년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평균 기온 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이날은 기온을 기록하기 시작한 19세기 말부터 시작해도 가장 더운 날이었다. 3일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2016년 8월의 16.92도였다.
메인대 기후과학자 션 버클 교수는 기후 리애널라이저가 제공하는 일간 통계는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최고 기록도 머지않아 또 깨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제 막 시작된 엘리뇨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4일 엘니뇨 현상의 시작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으로, 지구적인 기온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엘니뇨와 온실가스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 2016년이 기록상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해였는데, 올해 다시 엘니뇨가 도래해 더 심한 무더위가 찾아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그랜덤연구소의 기후학자인 파울로 세피는 가디언에 “엘니뇨가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고, 북반구에서 아직 여름이 한창이기 때문에 앞으로 며칠, 또는 몇주 안에 기록이 다시 깨져도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미 세계 곳곳은 폭염과 씨름하고 있다. 중국 일부 지역에선 9일 연속 평균 기온이 35도를 넘어섰고,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는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나타났다. 현재 겨울인 남극에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기온이 관측되고 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재난 및 보건학 교수인 일란 켈먼은 “이런 기록적인 고온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가 가져올 결과로 정확히 예상됐던 것들”이라며 “폭염 악화에 따른 사망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유엔환경계획의 잉거 앤더슨 국장도 “지구의 거의 모든 곳에서 사람들이 전례 없는 폭염에 직면하고 있으며, 우리는 여전히 위험을 무릅 쓰면서 과학을 무시하고 있다”며 “인류의 무대책으로 계속 고통받는 이들은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인류가 현재와 같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한 앞으로 지구는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텍사스 A&M대학의 기후과학자 앤드류 데슬러는 “미래 세대는 2023년 여름을 ‘남은 인생 중 가장 시원한 여름’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기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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