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돈 많은데요, '샤넬' 안 사요" [이슈, 풀어주리]
잦은 가격 인상이 브랜드 가치 훼손 '역설'
리셀시장도 '시들'···되팔이 가격 200만원↓
"경기 불황·엔데믹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김주리 기자가 ‘풀어주리!' <편집자주>
예전같지 않다. 매장이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 줄을 서 상품을 구매하는 '오픈런' 열풍까지 불던 '샤넬'의 인기 말이다.
최근 명품업계에 따르면 소위 백화점 VIP로 불리는 고객들 사이에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에 대한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트렌드로 등장한 보복 소비 열기와 함께 '플렉스(Flex)'로 대표되는 MZ세대의 쇼핑 패턴이 고가의 명품 구매로 이어지면서, 제품 가격은 치솟는 반면 높아진 대중성에 브랜드의 '격'이 낮아졌다는 '찐부자'들의 반응이 샤넬을 외면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샤넬 제품의 소비자가는 '경차 한 대' 값과 맞먹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여러 차례 상승했다. 샤넬은 지난해 국내에서 1월, 3월, 8월, 11월 4차례 제품 가격을 최대 13% 올린 데 이어 올해에도 두 차례 인상을 단행했다. 클래식 플랩백 기준 6% 안팎이 인상됐고 이에 따라 라지 제품은 1570만원까지 판매가가 치솟았다.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은 1367만원에서 1450만원으로, 스몰 플랩백은 1311만원에서 1390만원으로 올랐다. 클래식 미디움백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715만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오르게 됐다.
수많은 소비자들이 오픈런을 감행해 샤넬을 구매한 데에는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활성화된 '리셀 시장'의 영향력이 크다. 리셀 시장의 열기는 기본적으로 샤넬의 가격 인상 전략으로 불붙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이렇다 보니 리셀은 소비자들에게 짭짤한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고, 리셀 시장을 노리는 '노숙런'(매장 앞에서 밤새 기다려 구매하는 오픈런), '거지런' 열풍이 불며 대신 밤샘 줄을 서주는 오픈런 대행 아르바이트까지 유행처럼 번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이 가격 인상 주기가 짧아지면서, 너도 나도 리셀 시장을 노리며 제품을 구매하다 보니 역으로 샤넬 제품의 '희소성'이 떨어지며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리셀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샤넬 클래식 플랩백 미디움 사이즈의 리셀가는 지난 1월 기준 1165만원 가량이다. 1년 전만 해도 1400만원대에 팔렸지만 리셀 가격이 200만원 이상 떨어진 것이다.
백화점 VIP들 사이에서 샤넬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됐다는 평가는 일찌감치 나오기 시작했다. 명품 구매를 즐긴다는 30대 여성 A씨는 "샤넬 오픈런 열풍이 불고난 후 진짜 VIP들은 샤넬을 사지 않은 지 오래"라며 "원하는 가방을 사기도 어려운 데다 리셀러나 예물과 같은 목적 구매가 많아 매장 분위기나 수준이 예전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치 재화인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남들이 쉽게 들고 다니지 않는 제품'을 구매하며 느끼는 만족감 등 '고객 경험'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하지만 오픈런과 리셀 현상 속 샤넬은 이른바 '개나 소나 매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제품을 살 여유가 있어도 구매를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명품과 같은 사치재는 너도나도 사는 '동조' 현상 다음에 반드시 따라오는 게 '차별화' 현상"이라며 "차별화를 꾀해도 사람들이 동조해 따라오면 다시 차별화를 꾀하는 양상이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최근 부자들이 브랜드 로고가 드러난 명품 대신 티 안나는 명품을 걸치고,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자부심을 갖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콧대 높은 샤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샤넬의 가격 인상 전략이 세계 최고 브랜드로써의 입지를 다시금 다질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초 "샤넬이 급증하는 수요를 이용해 더 높은 등급으로 브랜드 리포지셔닝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샤넬이 에르메스를 따라잡기 위해 한 단계 더 높은 '초럭셔리' 브랜드로의 탈바꿈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샤넬은 슈퍼리치를 위한 '프라이빗 부티크'를 예고하는 등 VIP 고객을 잡기 위한 마케팅에 공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정책을 통해 샤넬이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고객 경험을 개선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명품 구매에 치중됐던 보복 소비 패턴 자체가, 코로나19 엔데믹을 맞이하며 해외여행 수요로 전환하는 등 전반적인 명품 지출이 줄어든 것은 악재다. 지난 2월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내 백화점에 입점한 '해외 유명 브랜드'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 증가율은 8.1%로 파악됐다.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2월(9.1%) 이후 약 2년 만이다.
경기 불황이라는 상황도 좋지 않다. 불확실한 경제 전망으로 온갖 경제 지표들이 하락하고, 부동산 시장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 등 또한 명품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전문가는 "(정부가) 시장에 있는 유동성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 쓸 수 있는 돈이 쪼그라들고 있다. 고물가 때문에 돈을 흥청망청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 개별 가계 상황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명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도 오르고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코인도 증시도 안 좋지 않냐"며 "안 좋은 상황만 중첩되고 있다. 명품에 대한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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