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모든 미용실 문 닫아라” 극심해지는 탈레반의 여성 탄압
[앵커]
무장 조직 탈레반이 통치하는 아프가니스탄, 빈곤에 시달리는데 여성에 대한 탄압까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젠 여성들이 모이는 미용실까지 전국 모두 문을 닫으라는 명령을 내렸는데요.
친절한뉴스 오승목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재집권한 지 2년이 다 돼갑니다.
탈레반은 수도 카불을 장악하자마자 첫 브리핑에서, 언론과 여성 인권 등이 존중될 것이라고 강조했었는데요.
"이슬람 율법, '샤리아'의 틀 안에서"라는 조건이 달리긴 했었습니다.
그사이 어떻게 됐을까요?
어제, AP통신 등 외신은 이런 소식을 전했습니다.
탈레반 내무부가 지난달, 아프가니스탄 전역의 모든 미용실을 폐쇄하라고 명령했다는 겁니다.
한 달의 기한을 줬는데요.
여성들의 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용실은 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집 밖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는 여성들이 미용실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모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 미용실은 어떤 여성들에겐 돈벌이가 되는 생계 수단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소중한 장소인데, 탈레반은 폐쇄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이, 최고지도자의 구두 명령에 따른 것이라며 폐업 신고서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왜 이런 조치를 취했을까요?
'샤리아' 앞서 언급한 이슬람의 율법입니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나라 상당수가 이 율법에 기반해 법체계를 꾸리죠.
영미법, 대륙법과 함께 세계 3대 법 체계로 꼽히지만, 잔혹한 법이라는 비판도 받습니다.
물건을 훔치면 손목을 자르고, 간통이나 동성애를 했다고 참수하거나 돌을 던져 사형시키는 등 극단적 형벌을 통한 엄벌주의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성과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많은데요.
하지만, 모든 이슬람 국가들이 이 샤리아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종파에 따라, 현실에 맞게 조율하는데, 탈레반은 이 샤리아를 가장 극단적으로 해석해 통치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용실 전면 폐쇄도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을 퇴출하는 여러 조치 가운데 최근 것일 뿐입니다.
공공장소에서 몸은 물론 얼굴까지도 온통 가리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공원이나 놀이공원, 체육관, 공중목욕탕에도 출입해선 안 됩니다.
여기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도 다닐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 4월, 일부 지역에선 여성은 야외 식당도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는데요.
AP통신 등은 아프간 서부 헤라트주의 탈레반 당국이, 여성과 가족 손님의 야외 레스토랑 출입을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미 공원은 여성 출입이 금지됐는데, 식당이라 이름 붙이고 남녀가 함께 자리하고, 여성들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탈레반 정권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유엔은 물론 비정부기구에서 일하는 것도 막고 있는데요.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잃고 구호 활동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유엔은 이러한 '성 분리주의' 정책을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빗대 비판하는데요.
'아파르트헤이트' 악명 높은 인종 차별 정책이었죠.
2021년 군을 철수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탈레반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 문제가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느냐와 직접 연관돼 있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탈레반은 서방의 거짓 선동에 불과하다며 발끈할 뿐인데요.
성 분리 정책은 이슬람 율법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만큼 탄압 의지가 강하다는 거겠죠.
유엔은 "여권에 대한 탈레반의 새로운 제한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명령 철회를 위해 아프간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갈수록 거세지는 탈레반의 여성 탄압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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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목 기자 (o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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