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할 말 다 하는 'MZ세대' 루키...'당돌한 승부욕'에 코치와 포수는 기분 좋게 웃었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선발 투수라면 승패를 떠나 자신이 맡은 이닝을 마무리 짓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싶어 한다. 간혹 외국인 투수는 책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공을 달라고 하면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고 싶다는 책임감에 나오는 행동이다.
하지만 이제 통산 두 번째 선발 등판한 신인 투수가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투수코치와 베테랑 포수 앞에서 "더 던지고 싶습니다"라며 웃으며 말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그것도 만루 위기에서 말이다.
NC 다이노스 이준호가 그랬다. 이준호는 지난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리그 최고의 에이스 안우진과의 맞대결이라 힘든 승부가 예측됐다. 하지만 NC 타선이 1회부터 안우진 공략에 성공하며 2-0으로 앞서갔고 프로 데뷔 첫 승도 조심히 노려볼 기회였다.
하지만 키움 타선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매 이닝 실점 위기였다. 1회 시작하자마자 선두타자 김준완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졌고, 이후 김혜성에게 안타를 내주며 무사 1.2루 실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이후 침착하게 세 타자를 연속으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중심타선을 상대로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2회에도 3회에도 계속해서 위기였다. 2회는 2사까지 잘 잡았지만, 이지영의 2루타와 김주형의 적시타로 실점했다. 3회에는 야수들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1사 후 김웅빈에게 내야안타를 내줬고, 2사 1루서 임지열을 3루 땅볼로 유도했지만, 3루수 서호철의 포구 실책이 나오면서 위기는 계속됐다. 이후 이지영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 위기가 됐다.
야수의 도움을 받지 못한 불운과 제구 불안으로 타자와의 승부가 길어졌고 투구수 조절에 실패했다. 이준호는 3회 2사까지 이미 74개의 공을 던졌고 그중 볼이 32개나 됐다.
결국 NC 강인권 감독은 교체를 지시했다. 김수경 투수 코치가 구심에게서 공을 받아 들고 마운드에 올라왔고 박세혁 포수도 모였다. 이때 이준호가 김수경 코치에게 미소 지으며 더 던지고 싶다는 표현을 했다. 신인 투수의 당돌한 승부욕에 박세혁 포수와 김수경 코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2-1로 근소하게 앞선 2사 만루 상황, 리그 최강타자 이정후와의 맞대결을 앞둔 신인 투수라면 떨려서 아무 말도 못할 수 있지만 그는 달랐다. 김수경 코치는 이준호의 등을 두드리며 "이미 투수 교체를 결정해서 어쩔 수 없다"라며 위로했다.
한편 이준호는 경남고, 성균관대를 거쳐서 올해 6라운드 54순위로 NC에 입단한 대졸 루키다. 신인이지만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참여했을 만큼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대졸 신인도 얼마든지 프로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던 이준호는 아쉽지만 값진 1군 선발 등판 경험을 한 뒤 지난 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제 그는 퓨처스리그에서 재정비한 뒤 좀 더 성장한 모습으로 1군 무대에 복귀할 예정이다.
[NC 다이노스 신인 투수 이준호.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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