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만 달러 허공’ 방지법···프로야구 외인제도 싹 바뀐다
실행위 통과로 12일 이사회 거쳐 세칙
‘대체 외인제’ 유력, ‘육성형’ 의견도
KBO “이르면 이번 달 확정도 가능”
내년 시즌부터 KBO리그 외인제도의 기본 골격이 바뀐다. 올해까지는 외국인선수 부상 공백으로 대체 카드를 쓰려면 해당 구단은 기존 선수를 반드시 ‘웨이버 공시’ 해야했지만, 내년부터는 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대체 외인선수를 쓰면서 기존 외인선수에 관해서도 보유권을 유지하는 이른바 ‘100만 달러 헛돈 방지법’이 생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최근 KBO(한국야구위원회)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 관련 제도 마련에 사실상 합의했다. 오는 12일 의결기구인 이사회(대표이사 회의)를 거친 뒤에는 세칙을 확정할 예정이다.
예컨대 총액 100만 달러 계약에도 출발점부터 부상으로 제동이 걸린 에니 로메로(SSG 계약), 버치 스미스(한화 계약) 같은 선수를 두고 구단이 속수무책으로 속앓이를 해야 했던 상황이 사라진다. 현재 KBO리그 외인제도에서 대체 카드를 쓰려면 기존 선수를 웨이버 공시(방출) 해야만 가능했다. 구단으로서는 돈은 돈대로 쓰고 고민은 고민대로 하는 자승자박의 ‘바보짓’을 면하기 어려웠다.
새 외인제도의 시행안으로는 ‘대체 외인선수제’ 채택이 유력하다. ‘대체 외인선수제’는 고액 몸값으로 영입한 기존 외국인선수가 일정 기간 부상으로 뛰지 못할 경우, 해당 기간에 한해 ‘파트타임 외인선수’를 영입해 활용하는 것이다. 만약 ‘파트타임 외인선수’가 극적인 경기력을 발휘할 경우에는 구단이 주도권을 쥐고 1군에서 활용할 외인선수를 다시 선택할 수도있다. 2014년부터 이어온 구단별 3명 보유·경기당 2명 출전의 외인제도 기본 틀에서 3명 보유에 변형적 ‘플러스 알파’ 영역을 더하는 방법이다
리그의 외인제도를 뜯어고치는 차원에서 ‘육성형 외인제’를 바로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체 외인선수제’의 경우, 시즌 개막 뒤 부상 선수가 발생하면 대체 외인선수를 데려오는 데도 몇 주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육성형 외인제’는 퓨처스리그에서 미리 대체 카드를 만들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육성형 외인제’는 내년 시행을 전제로는 물심양면으로 준비하기에 촉박하다는 구단 입장이 대세여서 즉각 채택에는 난관이 있어 보인다. KBO리그 복수 시즌 경력의 고액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구단들의 거부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조금 더 시행이 쉬운 ‘대체 외인선수제’로 구단의 ‘웨이버 공시’ 자율권부터 살려놓고 추후 개선을 해나가자는 게 현재는 과반수를 넘는 구단 의견으로 모이고 있다.
KBO에서는 이번 이사회를 거치면서 빠르게 세칙을 잡아갈 예정이다. 내년 시즌 외인선수에 대해 각 구단이 대비할 여유 시간을 주려면 늦어도 8월까지는 세 외인제도를 발표해야 한다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리그 전체의 뎁스가 열악한 KBO리그는 해당 시즌 외국인선수 경기력에 따라 구단별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구조에 있다. 지난해에도 리그 전체 선발승(444승) 가운데 외국인투수 승수는 169승(38.1%)에 이를 만큼 비중이 컸다. 새 외인선수제의 기본 취지는 오프시즌 철저한 시즌 준비에도 외국인선수 부상으로 시즌 농사를 망칠 여지를 줄이자는 데 있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올해 SSG와 한화에서 사례도 나왔지만, 연봉을 지불하는 만큼 그 기간은 해당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자율권을 구단이 갖자는 것이다. 기본 방향을 두고는 모든 구단이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단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구단간 경쟁하면서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느라’ 사실은 다 공감하면서도 진행하지 못한 작업이다”며 “적어도 앞으로는 애매한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외국인선수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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