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루 집안" "절박하냐"…민주 혁신위, 쇄신안 막히자 '공개 쓴소리'
조만간 2호 쇄신안 발표…당 지도부 반응 주목
(서울=뉴스1) 문창석 강수련 기자 =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6일 민주당과 소속 의원들을 향해 '위기 의식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쇄신안이 계속 불발될 경우 혁신위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당 지도부가 혁신위원들의 쓴소리에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혁신위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제6차 회의를 가졌다. 그동안 정례회의는 비공개였지만 이날 회의는 이례적으로 공개해 진행됐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회의에서 "국민이 민주당에 대해 느끼는 실망감과 당 내부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인식 간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며 "민주당은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혐오, 당의 위기에 대해 절박해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는 당 지도부가 혁신위의 쇄신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던 기존 입장과 달리 최근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소속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1호 쇄신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회기 중 체포동의안 요구가 올 경우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겠다"고만 했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쇄신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회의에선 이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도 나왔다. 윤형중 혁신위원은 "지금 혁신위가 검찰권 행사가 정당하다고 생각해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했겠나"라며 "지금 국민의 눈높이는 칼을 든 검찰이나 철갑을 두른 민주당이 똑같아 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혁신위원들은 기득권 지키기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박성진 혁신위원은 "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민주당은 돌아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남희 혁신위원도 "대의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이 필요하다"라며 "그런데 지금 당에선 혁신위를 만들어놓고 남일처럼 구경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회의에선 최근 당내 일부 인사들의 언행과 행동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 같은 위기 의식의 부재가 혁신의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도 "당의 분열을 조장", "당과 대한민국의 운명보다 자기 정치", "자중지란" 등 강도 높은 단어로 비판했다.
특히 최근 본회의장에서 일본 여행을 계획한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돈봉투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대표, '유쾌한 결별' 발언으로 분당 가능성을 시시한 이상민 의원 등의 사례가 구체적으로 나왔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김 부의장을 향해 "그게 사과하는 데 며칠이나 걸릴 일이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 전 대표에 대해선 "검찰과의 싸움은 법정에서 하라. 조율되지 않은 말로 당내외에 혼란을 초래하는 일 없이 자중해달라"고 했고, 이 의원에 대해선 "옆집 불구경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민주당)에 대해 오합지졸, 콩가루 집안이라고 한다. 당에서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왜 그러시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득권 내려놓기 촉구와 불필요한 언행·행동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현직 의원 신분으로 혁신위에 참여한 황희 민주당 의원은 부끄럽다는 뜻을 밝혔다. 황 의원은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가지고 혁신위에 임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어쩌면 (혁신위는) 민주당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민생' 정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모든 국회의원들은 민생 우선주의를 천명하고 독자적 민생 대책을 적극적으로 입안해 의정 활동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만간 혁신위가 2호 쇄신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당 지도부가 어떻게 반응할지도 주목된다. 당 내부에서 혁신위의 1호 쇄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2호 쇄신안까지 불발된다면 혁신위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혁신의 필요성을 다시 고민하게 하고, 당을 흔들고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을 반복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혁신 과정에서 기득권의 저항과 반발이 예상되지만 좌고우면하지 않겠다. 국민과 당원의 의견을 수렴해 민주당과 우리 정치를 확실히 고치겠다"고 밝혔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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