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계 유일 다목적 물리탐사연구선 ‘탐해3호’…'탄소의 무덤’ 찾아 나선다
세계 유일 다목적 물리탐사연구선
내년 해저자원, 탄소저장소 찾아 전 세계 누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자원빈국이다. 첨단 산업의 핵심 재료라는 희토류는 국내에서 채굴된 사례가 전혀 없고 국내 유일의 가스전이었던 ‘동해 가스전’도 2021년 문을 닫으며 산유국의 지위마저 잃었다. 신규 자원 개발도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육상에서 새로운 자원을 찾을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한국은 바다로 눈을 돌렸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장비를 갖춘 차세대 물리탐사연구선 ‘탐해 3호’가 바로 그 주역이다.
지난 5일 부산 영도 HJ중공업 도크에서 만난 탐해3호는 거대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탐해3호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운영하는 6000톤(t)급 물리탐사연구선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규모와 성능을 자랑한다. 건조를 마치고 내년 4월 본격 출항에 앞서 기본적인 성능을 점검하는 시운전만 남긴 상황이다.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는 날씨에도 조선소에서는 탐해3호의 진수명명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거대한 크레인은 탐해3호 주변을 돌며 각종 장식물을 붙이고 있었다. 진수명명식은 새로 육상에서 건조한 배를 바다로 보내고, 이름을 붙이는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 탐해3호의 진수명명식은 6일 오전 11시 이곳에서 열렸다.
진수명명식이 열리기 하루 전, 고단한 작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관계자들은 기대와 긴장감에 찬 눈으로 탐해3호를 바라봤다. 탐해3호는 시운전이 끝나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인수해 본격적인 임무에 나설 예정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해저 지층에 저장하는 ‘탄소 포집 및 저장(CCS)’에 적합한 지형을 탐색하는 것도 탐해3의 임무 중 하나다. 우리에게 필요한 탄소가 묻혀 있고, 불필요한 탄소는 묻을 ‘탄소의 무덤’을 찾는 중요한 임무다.
김진호 지질연 탐사선건조사업단 단장은 “탐해3호는 연구선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췄고, 상업용 탐사선보다도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탐해3호가 해야 할 임무의 중요성이 큰 만큼 거는 기대도 크다”고 말했다.
탐해3호는 전 세계에 유일한 다목적 물리탐사연구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진은 탐해3호를 한번에 3장의 땅 속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에 비유했다. 수중은 물론 해저면, 고해상 탐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3차원(3D) 해저물리탐사는 물론 시간 변화에 따른 지층 변화를 추적하는 4D 탐사도 가능하다. 해저물리탐사에는 여러 종류의 탄성파를 사용해 단단한 지층에 반사되는 패턴 변화를 활용한다. 탐사선에서 에어건(음원)으로 탄성파를 쏘면 지층에 반사된 탄성파를 스트리머(지질정보 획득 장비)가 수신하는 방식이다. 탐사 데이터의 질과 속도는 에어건과 스트리머의 규모, 성능이 결정한다.
탐해3호는 2개의 에어건과 8개조의 스트리머를 탑재해 운용할 계획이다. 기존 탐해2호에 실린 에어건과 같은 숫자이지만 성능은 크게 향상됐다. 스트리머도 2개조가 실렸던 것과 비교해 8개조로 4배 늘었다. 스트리머 길이도 기존 3㎞에서 6㎞로 2배 늘어 탐사 범위와 깊이 모두 개선됐다.
구남형 지질연 탐사선건조사업단 연구장비기술팀장은 “탐해2호가 해저물리탐사에 필요한 최소 사양을 갖춘 수준이었다면 탐해3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며 “탐사 면적은 4배, 효율은 3배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탐해2호로 최대 100일이 걸렸던 탐사 면적도 탐해3호로는 30~40일이면 조사를 끝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해저면에서 직접 지층 변화를 분석하는 ‘해저면 노드 탄성파탐사 시스템’도 갖췄다. 수중에서 먼 거리로 탄성파를 쏘고 받는 방식보다 더 정밀한 조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고해상 탐사도 가능해져 보다 정확한 해저 지형도를 그릴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직접 시료를 채취하는 ‘피스톤 코어’를 활용해 가스하이드레이트 같은 지하 광물도 연구한다.
실제로 탐해3호의 거대한 선체 대부분은 탐사 장비로 가득 채워졌다. 배의 앞 부분인 선수에 있는 조타실, 선실, 기관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탐사를 위한 공간이다. 배의 중심부에는 채취한 시료를 보관하는 냉동실(콜드 챔버)과 탐사 장비를 운영하는 상황실이 마련됐다. 뒷부분인 선미와 갑판에는 해저면 탐사장비, 고해상 탐사장비가 실린다.
김 단장은 “탐해3호는 탐해2호보다 3배 이상 커졌지만 선원과 연구원이 생활하는 공간은 큰 차이가 없고 대부분을 탐사 장비로 가득 채웠다”며 “덕분에 연구선으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다목적 탐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탐해 3호는 앞으로 약 9개월의 시운전을 거친 후 내년 4월 지질연이 인수할 예정이다. 지질연은 탐해 3호를 이용해 국내는 물론 북극을 포함한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지하자원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아직 취항도 하지 않았지만 해외 해저자원 탐사 기업에서 협업 제의가 이어지고 있다.
구 팀장은 “탐해 2호는 비교적 수심이 얕은 대륙붕 지역에서만 탐사할 수 있어 국내 연안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탐해3호는 원양 항해 능력도 갖춰 자원 탐사 측면에서 활용도가 커졌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탐해3호의 또 다른 임무인 탄소 저장 후보지 탐색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탄소의 순배출량을 2050년까지 ‘0′으로 만든다는 정부의 계획이 추진되는 만큼 탄소 배출량 절감만큼이나 이미 배출된 탄소를 줄이는 것도 중요해졌다.
구 팀장은 “탐해 2호를 운용하면서 쌓은 지질연의 노하우를 담아 미래 세대를 위한 배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남은 시운전과 성능 점검을 완벽하게 달성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탐해3호를 처음 계획할 때는 3000t급이었지만, 막중한 임무를 맡은 만큼 재검토를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했다”며 “사업이 잘 마무리돼 탐해 3호가 임무에 나설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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