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는 신성한 육체노동자…가리온 MC메타, 메타.로 연 솔로 챕터
친구이자 동료 뮤지션인 로다운30 윤병주 제작자
15일 벨로주 홍대서 첫 솔로 단독 공연
가리온 정규 3집도 준비 중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래퍼는 신성한 육체노동자다. 힙합 듀오 '가리온' 멤버 MC 메타(52·이재현)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사실이다. 1990년대 중후반 '힙합계 성지'로 통한 마스터플랜 시절부터 팀 동료 나찰(정현일·46)과 함께 '라이브 MC'로 명성이 드높았던 그는 랩에도 '생활 근육'이 있다는 걸 보여준 주인공이다. 무대에서 MC로 태어나 무대에서 MC로 살았다.
한국 힙합의 뿌리인 가리온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공고히 해온 MC 메타가 팀 결성 26년 만에 솔로 활동을 정식으로 병행한다. 올해 안에 첫 솔로 음반 발매를 예고했고, 최근 선공개 싱글 '모조(MOJO)'로 기대감을 높였다.
'모조'는 MC 메타의 내공을 짧은 시간 안에 축약한다. 한국 테크노의 1세대 트랜지스터 헤드(Transistor head)가 장인의 손길로 직조해낸 글리치와 UK 덥스텝 요소를 포함한 범 일렉트로닉 기반의 비트 위로 담백하지만 명징한 MC 메타의 랩이 안정적으로 흐른다. 록 밴드 '노이즈가든'으로 두 뮤지션과 함께 동시대부터 활약해온 '로다운30'의 윤병주(빅써클 대표)가 제작을 맡아 노련미를 증명했다.
MC 메타는 1997년부터 시작한 가리온 뿐 아니라 렉스와 메타, 불한당 크루를 비롯 각종 유닛 및 컬래버레이션, 피처링 등으로 활동했다. 기본에 충실한 라임과 플로우, 이지적인 가사와 딕션 등으로 후배 래퍼들의 귀감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김경주 시인, 김봉현 음악평론가와 결성한 프로젝트 유닛 '포에틱 저스티스'는 공연과 강연 등을 통해 '배다른 형제'로도 불리는 시와 랩의 연결성을 찾는 전위적이고 현학적인 퍼포먼스도 선사했다.
그런데 단지 귀감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래퍼로서 여전히 발돋움한다. 최근 활동명에 MC를 빼고 마침표(.)를 붙인 이유다. '메타.'가 이제 정식 솔로 활동명이다. "피처링으로 점철된 과거와 차별화를 위한 것이자 MZ 세대들처럼 기호를 활용"(윤병주)한 것이다. 미국에서 힙합이 탄생한 지 50주년(8월11일)이 되는 해에 메타.는 한국에서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지난달 24일 홍대 앞에서 성대하게 펼쳐진 '제60회 라이브 클럽 데이'에서 메타.는 유일한 래퍼였다. 오는 15일 오후 6시엔 서울 벨로주 홍대에서 첫 솔로 단독 공연 '파인드 유어 모조'(팔로알토·딥플로우·제이통 등이 게스트로 나온다)를 연다. 그는 여전히 공연형 현역 래퍼다. 다음은 최근 홍대 앞에서 윤병주와 함께 메타.를 만나 나눈 일문일답. 대부분 메타.의 답이며 중간에 윤병주의 질문과 답도 포함됐다.
-드디어 솔로 활동입니다.
"피처링, 다른 힙합 뮤지션과 협업 형태는 꾸준히 해왔는데 온전히 솔로는 처음이에요. 정규 음반을 연내 발표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큰 기대는 안 하고 있어요. 젊고 실력도 있고 인지도 높은 래퍼들이 많잖아요. '괜찮네'라는 반응만 나왔으면 좋겠어요. 하하."(메타.)
-'모조'는 첫 정규 앨범 색깔을 규정하는 신호탄인가요? 비트메이커 라이언클래드(Lionclad), 어어부프로젝트·이날치의 장영규 등 쟁쟁한 분들이 프로듀서로 참여하는데요.
"다양한 색깔이 들어갈 거예요. 윤병주 대표가 총괄 프로듀서로서 새로운 A&R 방향성을 찾고 있어요. 수록되는 곡들의 색깔이 다양할 거 같아요. 윤 대표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메타.)
"라이언클래드는 제가 원래 팬이었어요. 로다운30 싱글('반나절이 지나도')도 작업을 했고 크라잉넛 인수 씨와 라이언클래드에게 샘플러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어요. 영규 형은 씽씽이나 이날치 작업에서 반복되는 패턴 위로 이뤄지는 것들이 있었잖아요. 형의 요새 음악이 힙합과 맥이 닿겠다는 생각에 단도직입적으로 협업 얘기를 드렸는데 바로 '오케이'를 하셨습니다."(윤병주)
-윤병주 대표님은 어떻게 메타. 씨 음반 제작자로 나서게 된 겁니까?
"메타.가 우리나라 힙합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잖아요. 1세대 래퍼 지금까지 랩 실력이 먹힐 수 있는 사람 중 한명이에요. 그런데 본인의 활동이 없다 보니 안타까웠죠. 가리온으로 각인된 무엇이 있어 솔로 음반 같은 경우엔 색다르고 특이한 느낌을 원했죠. 원래 알고 지낸 지는 20년이 넘었고 서로 '씨'를 붙이면서 지냈어요. 3, 4년 전에 만나자고 하더니 친구로 지내자고 하더라고요. 힙합 쪽에서 큰 형이다 보니 속내를 털어놓거나 약한 모습을 보일 만한 상대가 없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친구끼리 이야기를 하다 활동에 대한 아쉬운 점을 얘기하고 그러다 솔로 음반 작업까지 이르렀습니다."(윤병주)
-'모조'에서 트랜지스터헤드 씨까지 함께 하니 홍대 앞 1세대들이 뭉쳐 으쌰으쌰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트랜지스터헤드는 저랑 친구인 걸 떠나 음악적으로 존중하는 친구예요. 그 친구도 힙합에 대한 애착이 있죠. 멋있는 게 나올 줄 알았어요. 하하."(윤병주)
-'모조'는 담백한데 귀에 감기더라고요.
"요즘 신(scene)에서는 들을 수 없는 스타일이라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쉽지는 않았어요. 정형화된 사운드를 벗어난 곡이니까요. 버스(verse·절)는 세 개예요. 특히 세 번째 버스의 경우는 사운드나 리듬이 바뀌니까 고민을 많이 했죠. 이런 저런 시도를 많이 했어요. 후반부에 수정을 하거나 리터치를 많이 했죠. 결국 즉흥적으로 나온 버스를 최종적으로 사용했는데, 곡의 분위기가 바뀌니까 맞는 판단 같아요. 1, 2절은 던지는 식으로 했다면, 3절은 (내용을) 좀 더 드러내고자 했죠. 여전히 신보보다는 고전을 다시 들어요. 놓친 걸 찾아 듣죠. 그걸 개인적으로 과제처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구현하고 싶은 지점이 신보보다 고전에 더 많더라고요. 다만 그 만큼 제가 성취를 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죠. (기본으로 계속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묻자) 맞아요. 기본을 놓치고 가면 나오는 게 별로더라고요."(메타.)
-그런데 메타 씨도 힙합 고전 작품 중에 놓치는 게 있었나요?
"많죠. 유명 잡지들이 시기별로 '50대 명반' '100대 명곡' 같은 걸 뽑잖아요. 절반 이상은 듣고 즐긴 거지만 그 중에 못 들은 것도 있죠. 당시에 제 입맛에 맞지 않거나 다른 여러 이유 때문에요. 또 당시엔 음반을 구하지 못해서 못 들은 걸 요즘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다 들을 수 있죠. '이런 명반을 놓쳤었구나'라고 탄식을 하게 되는 거죠. 80년대 말이나 90년대 초 음반인데도 사운드나 플로우 디자인을 차용하거나 변형을 해도 괜찮을 거 같더라고요. 고전은 검증된 거라 접근하기에 신빙성이 있죠."(메타.)
-솔로 활동이 생각보다 많이 늦었습니다.
"가리온 활동을 최우선에 두고 활동을 해왔어요. 그런데 저희 팀은 음반 중심으로 활동한 팀이 아니라 공연을 좋아하고 공연을 최우선으로 하는 팀이었거든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마스터플랜(MP)에서 매주 공연을 했죠. 음악적으로 경험을 쌓고 성장을 했죠. 그런데 그 이후에 그런 공간이 안 생기는 거예요. 저희가 그곳에서 매주 공연할 수 있었던 게 혜택이었던 거죠. 라이브 MC로 태어나서 라이브 MC로 계속 살아가고 싶은데 라이브가 없어 삶을 무대 위에서 표현할 수 없으니 한동안 혼란스럽기도 했어요."(메타.)
-네가 원래 록 팬으로 음악을 시작해서 공연을 더 좋아하는 게 아닐까?(윤병주)
"맞아요. 고등학교 때 기타를 치면서 로커에 대한 동경으로 밴드를 만들고 싶어했죠. 그러다 우연찮게 힙합을 접하게 됐고 그 쪽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됐죠."(메타.)
-최근 힙합의 위기라는 말이 나옵니다.
"코로나 기간에 레이블 두 곳(하이라이트·VMC)이 해체했어요. 두 레이블에 앞서 큰 곳도 사라졌죠. 없어질 줄 몰랐던 제국들이 사라지게 되니까 큰 레이블이 힙합 대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젊은 래퍼들이 하게 된 거죠. 대신 힙합의 장르·사운드 트렌드를 주도하게 된 게 쇼츠 영상이나 틱톡이에요. 어느 순간 힙합 트랙이 3분을 넘지 않게 됐어요. 버스가 3절만 해도 누가 듣냐라는 얘기가 나와요. 예전엔 4절이 무조건 기본 구성이었거든요. 제가 학교에 (교수로) 있었을 때도 학생들이 만든 곡을 보면 짧은 러닝타임에도 두세곡을 합쳐 놓은 듯한 구성이 많았어요. 한 곡 안에서도 지겨운 걸 못 참게 된 거죠. 모든 게 축약되는 거죠."(메타.)
"그런 트렌드를 '모조'에 담았어요. '모조'도 3분(3분10초)이잖아요."(윤병주)
"'모조' 역시 3절은 다른 곡이 되잖아요. 만약에 루핑(looping·리듬을 반복하는 기법)되는 비트에 3절을 했으면 요즘 친구들은 지쳤을 거예요. 하하."(메타.)
-병주 대표님은 트렌디한 음악도 많이 듣는 걸로 유명하신데요.
"유행하는 음악을 즐겨 듣는다기보다 어릴 때부터 빌보드 '핫100'을 틀어놓고 생활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윤병주)
"장르 음악을 하는 사람이 트렌드에 민감한 게 신기해요."(메타.)
-가리온 정규 3집은 언제 나오는 걸까요? 2집 이후 벌써 13년이 흘렀습니다.
"작년 연말 콘서트 때 나찰이 올해 내겠다고 했잖아요. 현재 저희 목표는 되도록 올해 안에 결과물을 내는 거예요."(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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