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족에 한은서 31兆 빌려 쓴 정부···역대 최대 규모

수출 부진에 기업 예금 인출
가계 여윳돈은 소폭 증가

올해 1월 16일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할 설 자금 방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3.01.16

[서울경제]

올해 1분기 경기 둔화로 국세 수입이 급감하면서 정부가 한국은행 차입 규모를 역대 최대인 31조 원까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부진으로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도 예금을 대거 인출했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분기 자금순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활동 결과 발생한 국내 부문의 순자금 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 규모는 1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5조 1000억 원) 대비 축소됐다. 2020년 2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가 확대됐으나 비금융법인과 정부의 순자금조달이 늘어난 영향이다.

올해 1분기 정부의 순조달 규모는 지난해 1분기 10조 70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23조 1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시장 위축 등으로 국세 수입이 111조 1000억 원에서 87조 1000억 원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한은 등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규모는 역대 최대인 31조 원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채 발행을 줄이는 대신 한은 대출을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42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35조 3000억 원) 대비 확대됐다. 기업의 자금 운용이 지난해 1분기 82조 50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46조 2000억 원으로 감소 전환했기 때문이다. 기업실적 부진과 금리 부담 등으로 예금 인출 수요가 확대되면서 자금 운용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기업들은 금리가 높은 대출보다는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64조 8000억 원에서 76억 9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대출 수요가 줄면서 자금 조달이 감소했으나 주식시장 부진에 주식을 중심으로 자금 운용이 축소된 영향이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