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가계 여유자금 77조…3년 만에 최고

일 년 새 12조원 증가…부동산·주가 부진 영향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지난 1분기에 부동산과 주가 부진으로 투자가 줄면서 가계 여유자금이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불었다. 빌린 돈은 줄었으나 소득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76조9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조1천억원 증가했다. 2020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순자금운용은 예금, 채권, 보험, 연금 준비금으로 굴린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자금 조달)을 뺀 금액으로, 경제 주체의 여유자금으로 해석한다.

대출 금리 상승으로 조달은 7조원 줄었으나 가계 소득이 늘었다. 1분기 가계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99만1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만1천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소비지출도 9.3%로 1.8% 늘었다.

반면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이 여전히 부진하면서 투자를 줄였고 여윳돈으로 남았다. 1분기 코스피 지수는 2140으로 전년 동기(2763) 대비 하락세를 보였고 전국 아파트 물량도 3만5천호로 6만3천호 줄었다.

가계는 자금의 절반을 예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이 맡겼다. 예금 비중은 44.5%로 전년 동기 대비 2.7%포인트(p) 증가하고 채권도 3.0%로 0.8%p 늘었다. 같은 기간 주식 비중은 19.8%로 0.3% 감소했다. 1분기 중 예금금리가 평균 5.22%로 전년보다 약 1.28%p 확대한 영향이다.

비금융 법인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42조3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조원 줄었다. 수출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줄어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졌다. 대출금리 상승과 부정적 경기전망 마저 겹치면서 자금조달 규모도 3조9천억원 감소했다.

이는 2012년 4분기 이후 최저치다. 기업실적 부진과 금리부담이 겹치자 기업들은 예금을 찾았고 운용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1분기 비금융 법인의 예금은 46조2천억원 이탈했다.

일반정부의 순자금운용 규모도 23조1천억원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낮다. 경기둔화와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국세 수입이 감소하자 조달을 늘리면서 순자금윤용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정부가 1분기 국채와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74조7천억원이다.

우리나라 국내 부문의 자금 운용 및 조달 차액은 1조2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조9천억원 감소했다. 2020년 2분기 이후 최저치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