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름반도 뺏기면 폴란드 핵 공격"…러시아 강경파의 핵 선제공격론
"핵종말 공포 강조해야" vs "극도로 위험한 발상" 논란
메드베데프 "금기는 없다" 등 전후 핵 발언 이어져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바그너용병그룹이 일으킨 반란에 직면한 서방 당국자들은 최대 핵보유국인 러시아에서 정치적 혼란이 일어나 불안정해지는 것을 우려했다.
서방은 핵무기 통제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것을 우려해 블라디미르 푸틴이 축출되는 것을 바라지 않아왔다.
그러나 푸틴과 측근 인사들이 거듭 핵위협을 말하고 러시아 전문가들 사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대한 핵공격 주장이 제기되면서 푸틴이 핵전쟁을 막을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서방으로선 푸틴이 위험 요인이라는 점이 가장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와 관련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러시아 전문가들 사이에 벌어지는 핵무기 사용 논란을 전하고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점검하는 기사를 실었다.
대통령 자문 출신 유력 학자 "핵 선제 사용 어렵지만 필요한 결정"
바그너 용병그룹 반란이 있은 뒤 대통령 자문 출신으로 영향력이 큰 정치학자 세르게이 카라가노프가 핵선제 사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렵지만 필요한 결정”이라면서 러시아에 대한 핵보복으로 지구에 핵종말이 벌어질 가능성은 “절대적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폴란드 도시) 포즈난을 구하기 위해 보스턴을 포기할 미국 대통령은 없다”고 썼다.
다른 강경파 군사 전문가 드미트리 트레닌이 카라가노프의 주장을 받아서 “보다 분명하고 말뿐이 아닌 신호”를 미국에 보내야 한다고 천명했다. 그는 러시아의 생존이 위협받을 때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핵독트린을 고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주장이 담긴 글은 러시아의 유력 대외정책연구소인 대외정책연구재단이 펴냈다.
트레닌은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한 것이 서방에 아무런 경고가 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카라가노프는 핵무기는 신이 인류의 종말에 대한 두려움을 상기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종말에 대한 공포가 다시 강조돼야 한다”고 썼다. 그는 러시아가 “서방의 굴레”를 깨트리고 “세계를 구하기 위해” “선택된 역사”라고 역설했다.
핵공격 주장에 질색하는 러 전문가도 많아
코메르산트 신문에 기고하는 국제안보센터(CIS) 소속 전문가 알렉세이 아르바토프, 콘스탄틴 보그다노프, 드미트리 스테파노비치는 미국이 핵보복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매우 의심스러우며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바그너용병그룹 반란이 발생하자 미 당국자들이 러시아와 접촉해 푸틴에게 반란은 러시아 국내 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었다. 이는 푸틴이 서방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런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과격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본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충격을 받는 경우에도 러시아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크게 패배할 경우 푸틴이 쫓겨날 수 있는 것이다. 미 퀸시 책임있는 정치연구소의 아나톨 리벤 연구원은 푸틴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름반도를 잃게 되는 경우 푸틴이 “크름 반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물론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도” 전쟁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에서 반란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대적 숙청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바그너용병그룹이 보로네즈까지 진출하면서 동쪽으로 210km 가량 떨어진 곳에 배치된 핵탄두 45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그너그룹이 핵무기를 노렸다는 징후도 없고 사용할 능력도 없을 것으로 말한다.
바그너 등 반란 단체가 핵무기 장악할 가능성 거의 없어
지난 달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제포럼에서 푸틴은 핵무기가 러시아의 안보를 “최대한 지켜줄 것이지만” 현재로선 핵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하나. 전 계를 겁주라고? 우리가 그럴 이유가 뭐냐”고 답했다.
그러나 푸틴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안보위원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등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여러 차례 핵위협 발언을 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첫날 푸틴이 전쟁에 개입하는 어떤 나라라도 “역사에 전례가 없는 결과를 맞보게 될 것”이라고 말해 핵무기 사용가능성을 언급했다. 며칠 뒤 푸틴은 러시아의 핵무기가 “특별전투태세”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후 러시아는 신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참여를 유보했고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했다. 지난해 9월 푸틴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합병하면서 러시아의 영토가 위협당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장 최근엔 메드베데프가 지난 2일 로시스카야 가제타와 인터뷰에서 핵무기 사용에 “금기는 없다”면서 핵종말이 “가능성을 넘어 타당성”이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서방이 문명의 “종말을 원치 않는다면” 우크라이나 나치 정권의 멸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러시아의 핵논의가 서방의 핵공포를 자극하기 위해 조율된 것이라거나 러시아의 전쟁 실패에 대한 분노에서 촉발된 것으로 평가한다.
우크라전 실망이 핵사용 주장 자극
그는 “현재 시점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서 최소한 두 단계는 떨어져 있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나 폴란드에서 핵무기 사용을 심각하게 검토하기 시작하면 러시아 당국자들의 발언이 훨씬 강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푸틴이 말하는 러시아의 “생존에 대한 위협”이 어떤 것이냐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지난 1월 미 과학자회보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험이 고조된 때문에” 지구종말 시계를 10초 앞당겼다.
폴란드 국제연구소의 핵전문가 아르투르 카프칙은 러시아가 폴란드 공격을 논의하는 것은 나토를 겁주려는 강압이라면서 “우려는 되지만 공포에 빠질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내 논의 수준이 전보다 높아졌다”면서 “서방이 굴복할 것으로 믿으면 위협을 갈수록 더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드빅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보유했으면서도 전쟁을 이기는데 승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짜증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보유한 것을 무시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핵무기를 사용해도 득이 될 일이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로선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려면 나토와 미국이 전쟁에 참전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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