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조용한 연금개혁 비결은 10년 걸친 사회적 합의”

권도경 기자 2023. 7. 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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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올해부터 정년과 공적 연금 수급 연령을 67세로 높였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스톡홀름 한국대사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좌우파 5개 정당이 모두 연금 개혁 당위성에 동의해 개혁을 함께 주도했다"며 "연금을 늦게 받아야 한다는 공론화 과정에서 사회적 설득도 충분했기에 국민들이 저항 없이 개혁안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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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육·돌봄·요양 ‘복지 선진국’을 가다 - <下>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인터뷰
“좌우파 5개 정당이 함께 주도
충분한 설득에 국민저항 없어”

스톡홀름=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스웨덴은 올해부터 정년과 공적 연금 수급 연령을 67세로 높였다. 최근 프랑스는 격렬한 반대 끝에 연금 개혁안을 가까스로 통과시켰지만 스웨덴은 별다른 갈등 없이 마무리했다. 비결은 10년에 걸친 사회적 합의다. 스웨덴에선 법안 하나를 만드는 데 통상 10년이 걸리는데 이를 토대로 수십 년간 유지되는 정책이 나온다. 정권이 교체돼도 정책이 갈지(之)자로 가지 않는 ‘정책의 연속성’ 때문이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스톡홀름 한국대사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좌우파 5개 정당이 모두 연금 개혁 당위성에 동의해 개혁을 함께 주도했다”며 “연금을 늦게 받아야 한다는 공론화 과정에서 사회적 설득도 충분했기에 국민들이 저항 없이 개혁안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1988년 스웨덴으로 건너가 복지 정책과 민주주의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연금 개혁을 하지 않으면 한 세대 후 재정이 바닥나는 상황이 닥치자 정당들이 정파를 뛰어넘어 로드맵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은 지난 2013년 정년과 연금 수령 연령을 67세로 올리기 위해 ‘연금 연령 조정 특별위원회’를 꾸렸다. 스웨덴은 법안을 만들려면 반드시 특위를 꾸려야 한다. 특위는 전 부처 장관 면담, 세미나와 공청회 등을 실시한 결과물로 ‘국가조사보고서’를 냈다. 국민 여론조사도 시행해 수천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연금 개혁 법안을 제출했다.

최 교수는 “한국도 20∼30년 후 연금을 받을 미래 세대를 위해 연금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며 “연금과 가족 지원 등 복지 정책에는 포퓰리즘이 담겨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한국은 정권이 교체되면 국정 청사진이 바뀌는 만큼 ‘정책 후진국’이라고도 지적했다. 최 교수는 “정부 정책 중 단기 사업으로 급조된 게 많은데 정권 따라 바뀌게 되면 세금만 축나고 국민 삶만 피폐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선 특정 정당이 밀어붙여 몇 달 만에 입법된다”며 “한쪽 표만 받겠다는 뜻인데 결국 정치화돼 사회적 부작용이 반드시 생긴다”고 덧붙였다.

정책 연속성은 ‘신뢰 사회’의 기반이 됐다. 최 교수는 “월급의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내지만 이를 복지로 돌려받는다는 확신이 있다”며 “사회 구성원들이 실직하거나 50∼60대에 직업을 바꾸려 할 때 스웨덴만의 ‘역동적인 사다리’ 가 발휘된다”고 말했다. 장애와 중증질환 등 생애주기별 위기에 처할 때 특유의 역동성이 발휘돼 사회적 안전장치가 작동된다는 것이다.

스웨덴에선 60대 초반까지 생활비를 지원받으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계층을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도 많아 사회 안전망의 보호를 받으면서 직업을 두세 번씩 바꿀 수 있다. 이에 의사를 하다가 건축 등 다른 전공을 배우거나, 육체노동을 하다가 사무직으로 전직하는 경우도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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