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세움에 웃으며 이름 새긴 관광객…“오래된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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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이 바보 같은 자식아."
지난달 30일 <로이터> 통신을 보면, 젠나로 산줄리아노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콜로세움을 훼손한) 행위는 고고학, 유적, 역사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로이터>
그런데 디미트로프가 이번에는 "콜로세움이 얼마나 오래된 유적인 줄 몰랐다"는 변명을 해 또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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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이 바보 같은 자식아.”
지난달 23일 유튜브에 짧은 동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영상이 찍힌 곳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파란색 꽃무늬 셔츠를 입은 한 남성이 콜로세움 벽면에 열쇠로 무언가를 열심히 새기자 촬영자가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은 것이다. 하지만 이 남성, 욕설에도 아랑곳없이 카메라를 향해 싱긋 웃기까지 했다. 남성이 새긴 글자는 ‘이반+헤일리23’(Ivan+Hayley 23). 본인의 이름, 함께 여행 온 여자친구 이름, 날짜로 추정됐다.
해당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급속히 확산됐고 이탈리아 국민들은 분노했다. 서기 80년에 완성돼 전쟁 포로인 검투사와 맹수가 전투경기를 치르던 원형경기장인 콜로세움은 2000년의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 대표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로이터> 통신을 보면, 젠나로 산줄리아노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콜로세움을 훼손한) 행위는 고고학, 유적, 역사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간 큰’ 남성의 정체는 영국 남서부 항구도시 브리스톨에 사는 27살 피트니스 강사 이반 디미트로프다. 이탈리아 경찰이 닷새 간의 추적 끝에 남성의 신원을 확인했다. 문화유산 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디미트로프가 이탈리아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최소 1만5000유로(2100여만원)의 벌금 또는 최대 5년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런데 디미트로프가 이번에는 “콜로세움이 얼마나 오래된 유적인 줄 몰랐다”는 변명을 해 또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5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는 “디미트로프가 로마시장과 로마 검찰에 사과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디미트로프는 이 편지에서 “이제야 내가 저지른 행동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며 “전 인류의 유산인 콜로세움을 훼손한 것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유감스럽게도 이 일이 일어난 뒤에야 콜로세움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게 되어 매우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사과 편지가 공개되자 여론은 더욱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탈리아 일간지 <일 메사제로>는 “해당 편지의 (내용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비판했고, 또 다른 매체 <다고스피아>도 “사과 편지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디미트로프를 비판했다. 이탈리아 국영방송(RAI 1)의 뉴스 프로그램 앵커는 “콜로세움이 고대 유적인 줄 몰랐다는 디미트로프의 말은 믿을 수 없는 변명”이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디미트로프의 변호사마저 그의 언행을 비판했다. <가디언>은 디미트로프의 변호사 알렉산드로 마리아 티렐리가 일 메사제로에 “디미트로프는 자국에서는 엄벌에 처해질 수 있는 행동도 이탈리아에서는 얼마든지 허용된다고 경솔하게 믿는 외국인의 전형이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디미트로프가 징역을 사는 대신 벌금을 무는 쪽으로 플리바게닝(유죄협상)을 원하고 있다는 변호사의 말을 전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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